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은 수년 전만 해도 소비자들에게 생소했던 ‘체급’이었다. SUV는 대형 또는 중형의 전유물이었고, 처음 소형 SUV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소형’과 ‘SUV’의 조합에 의구심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SUV로의 시장 재편은 소형 차종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은 8개 차종이 경쟁하는 국내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체급 중 하나가 됐다. 그 선봉에 기아 셀토스와 쌍용 티볼리가 있다.
이 시장의 ‘터줏대감’은 티볼리다. 2015년 초 출시된 티볼리는 제조사인 쌍용차조차도 예상치 못한 돌풍을 일으키며 글로벌 누적 30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강력한 도전자들이 속속 등장하며 티볼리 판매량은 주춤하고 있다. 그 중심은 상급 모델 ‘뺨치는’ 기능으로 무장한 셀토스다. 지난 달 국내 시장에서 ‘베스트셀링카’인 싼타페(7,813대)마저 위협하는 성적을 기록하며 단숨에 소형 SUV 시장 최강자로 떠올랐다.
셀토스는 출시 첫 달인 지난 7월 3,335대를 팔았는데 8월과 지난 달엔 각각 6,109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두 배 가까이 판매가 는 것이다. 싼타페에 이어 국산 전체 SUV 판매량 2위에 해당하는 돌풍이다. 티볼리는 7월엔 3,435대로 셀토스를 눌렀지만 8월 2,317대, 9월 2,125대로 셀토스에 추월을 허용했다.
셀토스의 장점은 ‘소형 같지 않음’이다. 우선 길다. 전장이 4,375㎜로 웬만한 준중형 SUV와 큰 차이가 없다. 티볼리의 전장은 4,225㎜다. 뒷좌석의 레그룸도 셀토스의 승. 965㎜로 티볼리 883㎜를 앞선다. 965㎜의 레그룸은 같은 브랜드의 한 단계 위 차종인 스포티지의 970㎜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크기다. 트렁크 또한 498ℓ로 티볼리의 427ℓ를 넘어섰다. 공간에서는 셀토스의 무난한 승리다.
실내도 그렇다. 셀토스 안으로 들어서면 길게 뻗은 대시보드와 그 위에 적용된 매립형 박음질 기법(스티치)가 고급차 느낌을 풍긴다. 8인치 헤드업디스플레이까지 갖췄고,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팩(선택사항)은 소형 SUV의 주 소비자인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할 태세다. 반면 티볼리의 실내는 아쉽다. 센터페시아가 지나치게 크고 공간이 비교적 작은 느낌이다.
다만 외관으로 오면 얘기가 다르다. 티볼리가 그동안 이 시장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건 흠잡기 어려운 외관 디자인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베리 뉴 티볼리 페이스리프트 때도 풀 LED 라이트와 티볼리 고유의 디자인을 더해 티볼리의 전면부 라인을 완성했다. 디자인이야 워낙 개인의 취향이 좌우하는 영역이지만 티볼리의 전면부가 더 꼼꼼하고 완성도 높은 느낌을 준다.
성능에서는 두 차가 거의 비슷한 수치를 나타낸다. 두 차종이 모두 갖고 있는 1.6 디젤 모델로 비교하면 최대출력이 136마력으로 같고, 최대토크 또한 셀토스 32.6㎏.m, 티볼리 33㎏.m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공인연비는 셀토스가 리터당 17.6㎞로 티볼리 14.5㎞를 다소 앞선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가격에서는 티볼리의 판정승이다. 가장 낮은 트림인 1.5 가솔린 터보 모델이 1,678만원부터다. 반면 셀토스의 가장 하위 트림 1.6 가솔린 터보 모델은 1,929만원부터. 가격 부담이 있는 소비자라면 티볼리의 가격이 더 매력적이다. 다만 상위 트림으로 가면 이 같은 가격 차이가 없어진다. 티볼리의 최상위 트림인 1.6 디젤 풀타임 4륜구동 모델은 2,232만원에서 2,712만원으로 셀토스의 1.6 디젤 풀타임 4륜구동 모델의 2,297만~2,813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종합해보면 실내 공간과 운전자 편의성에서는 셀토스가 앞서고, 가격과 외관에서는 티볼리가 만회하는 구도다. 어쩌면 티볼리의 가장 큰 리스크는 브랜드 이미지일 것이다. 후발주자인 기아차가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셀토스가 기업 사정이 좋지 않은 쌍용차 티볼리보다 소비자들에게 어필 할 수 있다. 다만 쌍용차가 중요한 모델인 티볼리에 혼신의 힘을 쏟아붓고 있는 만큼 차량 자체의 매력을 소비자들이 인정해 줄지도 관심이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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