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035720)뱅크가 다음달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기존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071050)의 지분정리 이후 증자를 실시하겠다던 기존 계획을 변경해 조속히 이사회를 열어 자본확충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금융 당국의 권고치에 근접하는 등 카카오뱅크의 자본 건전성에 경고등이 커지면서 ‘선(先) 증자, 후(後) 지분정리’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달 중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당초 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은 뒤 카카오 지분은 18%에서 34%로, 한국금융은 50%에서 34%-1주로 변경하려 했지만 3개월째 진전이 없었다. 금융위 승인 이후 최대주주 변경까지 주어진 시간은 6개월로 아직 3개월이 남았지만 11%대까지 떨어진 BIS비율이 발목을 잡았다. 카카오뱅크의 BIS비율은 수차례의 유증으로 지난해 6월 말 16.85%까지 올라갔지만 1년 만에 5.11%포인트 하락한 11.74%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19개 은행 가운데 이미 자본금 부족으로 신용대출을 중단한 케이뱅크(10.62%)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전체 은행의 평균 BIS비율인 15.34%보다도 3%포인트 넘게 밑돈다.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데 대출과 유가증권 등 운용자산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BIS비율은 악화됐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자금조달에 1개월가량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속히 이사회를 열어 증자안을 확정해야 한다”며 “증자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BIS비율도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확충이 적기에 마무리되면 적극적인 대출영업을 통한 수익성 개선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의 올 6월 말 기준 예대율은 64.5%로 90%대인 시중은행에 비해 턱없이 낮지만 BIS비율 악화 부담에 대출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지난달과 이달 11일에도 신용대출 금리를 줄줄이 인상한 바 있다.
대출·신사업 추진 위한 실탄마련
일부 실권주 신규 투자자 매각시
프리 IPO 효과도 누려 ‘일석이조’
카카오뱅크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악화하는 동시에 예대율까지 하락하는 이중고를 겪으며 유상증자 필요성이 더욱 절박해졌다.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예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6.9%포인트 하락한 64.5%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예대율(90%대)과 비교해보면 20~30%포인트 낮은 수치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 대비 대출금 비중으로 쉽게 말해 카카오뱅크는 고객에게 지급한 예·적금 이자보다 대출로 거둬들인 이자가 적은 상태에 빠졌다.
카카오뱅크는 빠르게 늘어나는 예수금만큼 대출금을 늘리지 못할 경우 2분기 연속 기록한 흑자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예대율 상황만 보면 카카오뱅크는 대출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여야 하지만 시중은행보다 빠른 속도로 대출 금리를 올리며 대출 증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 11일에도 0.2~0.4%포인트 금리를 올렸다. 결국 수익성 관리보다 BIS 비율 악화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BIS 비율은 11.74%였다. 지난해 4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BIS 비율을 16.85%(지난해 6월 말)까지 끌어올렸으나 1년 만에 11%대로 내려앉았고 직전 분기 13.4%보다도 1.66%포인트가 하락했다. 유가증권과 대출 잔액이 늘어나면서 위험가중자산이 3월 말 8조3,082억원에서 3개월 만에 1조2,700억원이 증가한 게 BIS 비율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금융감독원의 BIS 비율 권고 기준인 10.5%에 근접한 상황에서 대출규모가 늘어날 경우 카카오뱅크의 BIS 비율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로서는 기존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의 지분정리까지 기다리기에는 자본확충의 시간적 여유가 없는 셈이다.
특히 제3인터넷전문은행이 연내 출범하고 기존 시중은행의 디지털 전환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면서 카카오뱅크의 지위도 계속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총알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한국금융지주의 지분처리가 속도를 내지 못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주주 적격성 논란 문제가 됐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계열사 공시누락에 따른 벌금 문제가 해소되며 자본확충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였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한국금융은 금융지주회사가 금융회사 주식을 5% 미만,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금융지주회사법을 지키기 위해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카카오뱅크 지분 대부분을 넘길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으로 또다시 한도초과보유 심사 문턱을 넘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올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은 이후 3개월째 뚜렷한 지분처리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카카오뱅크의 자본 건전성만 빠르게 악화됐다.
일각에서는 한국금융이 카카오뱅크에 자본 투여 부담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에 대해 2016년 1,740억원을 최초 출자한 후 2017년 8월 2,900억원, 지난해 3월 1,860억원 규모로 각각 유상증자에 참여해 그동안 총 6,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한국금융의 한 관계자는 “향후 2대 주주로서 시너지 창출을 위해 카카오뱅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증자 결정에 협조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상증자가 오히려 꽉 막힌 한국금융의 지분처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한국금융이 이번 유상증자에 일부 실권주를 발생시켜 신규 투자자에게 매각할 경우 한국금융은 해당 지분만큼의 카카오 지분을 축소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유상증자에서도 한국금융은 실권을 발생시켜 58%의 지분율을 50%로 낮춘 바 있다. 아울러 내년 기업공개(IPO)를 검토하는 카카오뱅크는 실권주 매각 과정에서 프리IPO(상장 전 지분매각)와 유사하게 카카오뱅크 주식가치에 대한 시장평가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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