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인테리어를 한번 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인테리어 업체의 불투명한 비용견적과 시공후 하자보수를 놓고 업체와 싸웠던(?) 경험을. 하지만 정보기술(IT) 기술을 접목한 스타트업들이 홈 인테리어 시장에 가세해 견적 비교 서비스 등에 나서면서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더구나 1인 가구가 늘고 개인 취향이 중시되는 ‘나만의 인테리어’ 경향이 커지면서 플랫폼 업체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테리어 비교 견적 중개 플랫폼인 집닥은 올 들어서만 1,000억원을 거래했다. 지난 2015년 7월 첫 사업을 시작한 후 누적 거래액은 2,400억원이다. 집닥은 견적문의부터 시공관리, 하자 보수까지 인테리어 전 과정을 책임지면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1,800여개 인테리어 시공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전국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박성민 집닥 대표는 “축적한 인테리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성향에 최적화된 업체를 고객과 연결하고 있다”며 “공사 전후 과정을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품질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닥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비교 견적 중개 플랫폼 업계 2위인 인스테리어도 약 4,000건의 시공 사례와 6만여장의 인테리어 공간 사진을 확보하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플랫폼 뿐만 아니라 스스로 ‘을’을 자처하고 나선 인테리어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가구업계 1위 한샘 출신이 만든 창업스토리가 대표적이다. 황인철 대표는 “집 인테리어 공사 비용을 4,000만원이나 들이고 나서도 하자보수로 AS를 해야 할 때면 (시공 업체의) 눈치를 봐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버젓이 생겨나고 있다”며 “정보가 불투명하다 보니 인테리어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을이 되는 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창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창업스토리는 계약상 시공 보증 책임제를 도입한 덕분에 지난 6월 매출은 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0% 뛸 정도로 호응이 좋다.
인테리어 업체들의 전문화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설립된 아파트멘터리는 별도 시공팀을 운영하면서 아파트 인테리어에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작년 한해 매출액은 약 100억원으로 알려졌다.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해 점포를 찾지 않고 온라인 상에서 원하는 인테리어를 구현하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어반베이스는 이 분야 선두업체로, 건축가인 하진우 대표가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2D 도면 이미지를 몇 초만에 3D 화면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인테리어 고객의 가장 큰 불만은 시공업체의 불투명한 비용견적과 불친절한 서비스, 하자보수 등 시공책임을 둘러싼 공방 등이 대표적”이라며 “이 같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화된 인테리어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IT기술로 무장한 비교견적 플랫폼 등도 급성장세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IT기반 업체들의 공세에 이어 이종업체들의 인테리어 시장 진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생활 가전업체인 한경희생활과학은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한경희 홈스타일 로미’로 홈 인테리어 시장에 진출했다. 한경희 대표는 “5년 전부터 구상해 온 것으로 공장에서 찍어낸 천편일률적인 인테리어가 아닌, 전문 디자이너가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취향에 맞춰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공간을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랜드 업체들이 수익구조 상 표준화된 모델로 대량생산을 한다면 ‘로미’는 개인 맞춤형 인테리어 수요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양종곤·이수민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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