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감정이 추위 앞에선 얼어 붙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대표 타깃이었던 유니클로가 주력 시즌에 맞춰 대규모 할인행사를 들고 나오자 소비자들의 지갑이 다시 열리기 시작한 것. 특히 매장 방문을 꺼리는 ‘샤이재팬(조용히 일본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공략한 온라인몰 할인행사가 효과를 내면서 일부 상품은 품절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니클로가 한국 진출 15주년과 온라인 스토어 오픈 10주년을 맞아 온·오프라인에서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자 일부 제품이 완판되면서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유니클로 대표 제품이자 50%의 할인율을 제공하는 플러피얀 후리스 풀짚 재킷의 경우 서울 지역 48개 매장에서 재고가 있는 매장은 6곳에 불과했다.
특히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도 매장 방문을 꺼리는 샤이재팬족을 노린 공략이 통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 11일부터 베스트셀러 아이템들을 최대 50% 할인하고 모든 구매회원에게 5,000원 할인쿠폰을 증정하는 온라인 스토어 10주년 기념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실제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7~8월 사이 60% 가까이 떨어졌던 유니클로의 국내 매출은 9월 이후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니클로는 지난 여름 벌어진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매출에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우리나라에서 상반기(2018년9월~2019년2월) 매출과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으나 하반기(3~8월)에는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하반기 매출은 지난 7~8월 불매운동의 영향 때문으로 진단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2020 회계연도에 한국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2018년 회계연도에는 한국에서 1,400억엔(약 1조5,4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다만 유니클로는 불매 운동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 시장 공략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이후 유니클로 종로3가점, 구로점, 월계점이 영업 종료에 들어갔지만 동시에 롯데몰 수지점과 엔터식스 안양점, 스타필드 시티 부천점에 신규 매장을 열었다. 패스트리테일링 측은 최근 내년 8월까지 한국에 유니클로 점포를 7개 추가로 열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할인행사에 이어 겨울 신제품에 대한 대형 프리뷰 이벤트도 예정돼 있다”며 “불매 운동 지속에도 꾸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여름처럼 매출이 급감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