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첫 미국 지사를 열고 북미산 원유 도입을 늘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지사를 열었다. 미국에 지사를 설립한 국내 정유사로는 SK이노베이션에 이어 두 번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셰일혁명 이후 북미 원유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발맞춰 보다 적극적으로 원유 구입 기회를 갖기 위해 개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1명으로 100명의 현지 직원을 둔 SK이노베이션에 비해 소규모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를 2대 주주로 둔 현대오일뱅크가 중동산 원유의 비중을 낮추려는 시도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오일뱅크는 미국산 원유를 현지에서 직접 구매해 트레이딩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원유 공급망을 최적화하고 생산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미국 현지에 자체 트레이딩팀을 두고 2014년부터 오클라호마·텍사스주에서 셰일오일을 탐사·생산해왔다.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북미산 원유 도입을 늘리는 추세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산 원유 도입량은 1,478만배럴을 기록했다. 쿠웨이트(1,103만배럴)를 넘어 미국이 원유 물량 2위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도입액 또한 9억8,290만달러로 지난해 12월 9억7,272만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사상 최대치였다. 현대오일뱅크의 미국산 원유 도입량 역시 2017년 205만6,000배럴에서 지난해 339만3,000배럴로 크게 늘었다.
이는 셰일오일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미국산 원유 가격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4.7달러로 두바이유(60.4달러)에 비해 6달러가량 저렴했다. 황 함량이 두바이 원유에 비해 적어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면제될 뿐 아니라 정부가 비중동산 원유 수송비 일부를 환급해주는 점도 북미산 원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셰일오일 수출을 위해 내륙과 서부 해안을 잇는 송유관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 태평양을 통한 직수입이 가능해지면 미국산 원유 수입이 더욱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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