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은 규제 아래 수도권 내에서 마트를 출점할 수 있는 곳은 남산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예요. 지방으로 내려가면 전통 상인과 소상공인의 반대가 더 심해지죠. 가뜩이나 출점보다 폐점이 많은데 이제는 상권 내 문방구와도 지원책을 조율해야 합니다.”
12월 말부터 대규모점포 출점 시 상권영향평가를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는 데 대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발언이다.
사실상 출점을 가로막는 강력한 개정안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초긴장 상태다. 기존에는 면적 3,000㎡ 이상의 대형 유통매장이 출점하려면 3㎞ 이내의 상권 내 전통시장·슈퍼 등 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에 대해서만 상권영향평가를 실시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통시설에 입점 예정인 주요 점포와 동일한 업종으로 평가대상이 확대된다. 부지 매입 후 3년이 지나서야 입점을 위한 행정절차에 들어간 스타필드 창원은 또 다른 ‘허들’을 맞닥뜨린 셈이다. 롯데쇼핑이 서울 상암에 추진하고 있는 복합쇼핑몰 건립도 더욱더 요원해졌다.
하지만 정부의 오프라인 유통업체 ‘때리기’는 시대착오적이다. 이미 유통의 패권은 ‘온라인’이 움켜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8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업태의 매출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상승한 40%를 차지했다. 이미 많은 신규 브랜드가 자사 온라인몰을 오픈하거나 유명 온라인 편집숍에 입점하는 것을 ‘성공방정식’으로 여기고 있다.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부진하자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선언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옥죄는 규제는 소비자들의 선택권마저 빼앗아 간다. 대형마트에만 적용되던 월 2회 의무휴업이 복합쇼핑몰에 적용될 공산도 커지고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동남부 지역주민의 주말을 책임지던 일부 백화점도 일요일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소비자들은 들고 일어선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서는 스타필드 창원 사업이 재개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신규 아파트 단지의 뿔난 6,000세대를 꼽는다.
전통시장 대신 온라인으로 향하는 소비자 앞에서 출점 규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곳곳이 ‘규제 지뢰밭’인 국내 유통환경에서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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