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금리 연계 파생상품(DLF) 손실로 홍역을 앓고 있는 우리은행(000030)이 고객 자산관리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혁신안을 내놓았다. 특히 손실 고객에게 ‘조속한 배상’을 약속하고 자산관리 체계 개편을 마무리할 때까지 DLF 같은 초고위험 상품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고강도 자구책을 제시했다. 상품선정과 판매, 사후관리의 영업 체계를 포함해 고객자산관리 인프라와 영업문화까지 완전히 바꿔 신뢰회복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DLF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수수료 위주의 임직원 핵심성과지표(KPI) 평가에서 자산관리 상품을 제외시켜 외형실적 위주의 평가체계 역시 탈피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은행은 16일 이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혁신안을 발표하고 “DLF와 관련해 고객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한다”며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앞으로 있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을 존중하고, 조속한 배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 겸 은행장이 영업본부장 회의를 소집해 사과한 지 23일 만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배상까지 언급한 것이다. 앞서 한 차례 분조위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만큼 우리은행은 배상 절차를 통해 DFL 사태를 조기에 수습해나갈 방침이다.
무엇보다 재발방지를 위해 은행 자산관리 체계를 완전히 바꿔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목표다. 상품선정 단계에서 상품선정위원장을 부행장급으로 격상시키는 한편 상품조직과 마케팅조직을 분리해 상품 쏠림현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했다. 상품판매 단계에서는 현재 1억원인 PB 고객의 기준을 3억원으로 높이고 채널별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에도 차등을 두기로 했다. 특히 투자상품 판매 비중의 7%에 달하는 초고위험 상품을 한시적으로 팔지 않기로 했다. 상품 중단에 따른 수익감소보다 신뢰회복에 방점을 둔 결정이다. 원금손실형 투자상품의 경우 고객별 판매규모 한도를 설정하는 판매제한제도를 도입한다. 영업 인프라 측면에서는 위험 조기경보, 고객별 투자 이력조회, 수익률 관리 등이 가능한 자산관리통합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만 한정된 투자숙려제도를 일반 고객 전체로 확대하는 등의 영업문화도 개선해나간다. 그동안 고령투자자의 경우 신체와 인지 능력의 변화를 고려해 투자계약서를 쓴 뒤 2영업일 이내에 되돌릴 수 있도록 했지만 투자숙려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계약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돼 개선이 필요했다. 우리은행은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고객철회제도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번 혁신안은 손 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올해 지주 출범 원년에 맞게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부동산신탁·캐피털·저축은행·증권사를 차례로 인수해 지주사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실제 출범 3개월 만인 4월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옛 알리안츠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 2곳을 한 번에 사들이고 부동산 신탁사인 국제자산신탁을 품은 데 이어 롯데카드를 사모투자펀드인 MBK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창사 처음으로 순이익 2조 클럽을 달성하는 데도 성공해 지주 출범에 맞게 광폭 행보를 보여왔지만 이번 DLF 사태로 고객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긴장감이 커졌다. 손 회장으로서는 ‘정면돌파’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DLF 사태와 관련해 가장 먼저 사과하는 데 이어 조직문화 변화를 주문했다. 손 회장은 지주 회장 취임 직후 회장실로 사용하던 우리은행 본사 23층에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구축하고 22층 행장실에 계속 머무르며 “고객을 은행보다 위에 두고 모시는 마음으로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고객 우선 원칙을 밝힌 바 있다. 노조 역시 이 같은 손 회장의 고객 우선 가치에 진정성을 믿고 DLF 관련 자체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사측의 DLF 태스크포스(TF)와 함께 대응했다. 손 회장은 노조를 수시로 만나 대책을 논의해나가며 자산관리 개편에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손 회장은 ‘지속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이라는 책을 행원들에게 권하며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전사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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