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내놓은 ‘매도 리포트’에 헬릭스미스(084990)의 주가가 15% 급락하면서 외국계 증권사 매도 리포트의 위력이 또 한 번 증명됐다. 국내 증권사가 ‘매도’ 의견 제시를 꺼리면서 접근하기 힘든 외국계 리포트에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발행된 국내 증권사 리포트 가운데 매도의견을 낸 비율은 평균 0.1%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영증권·KTB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금융투자 등 4곳을 제외한 증권사는 매도 리포트를 1건도 발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 비율이 평균 17.2%에 달하는 점과 비교하면 국내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중립’ 의견 역시 10%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매수 리포트는 평균 90%에 달해 외국계 평균인 53.8%를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리포트 대부분이 ‘매수’ 또는 ‘매수 유지’를 제시하다 보니 차별화된 외국계 리포트가 발표될 때마다 주가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헬릭스미스에 대한 ‘매도’ 의견과 함께 12개월 목표 주가를 기존 24만원에서 74%나 낮춘 6만4,000원으로 조정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김상수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3-1상에서 드러난 임상시험 관리 및 플라세보 효과 컨트롤 능력을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제시하며 성공 가능성을 60%에서 22%로 대폭 낮췄다.
이에 최근 10만원대를 회복했던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이날 1만5,800원(14.96%) 하락한 8만9,800원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헬릭스미스는 2거래일을 제외하고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이에 이번 급락에 따른 피해 또한 개인투자자가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 결과 발표 이후 종목 리포트를 발간한 국내 증권사는 3곳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종목에 대한 목표 주가나 매수 의견이 제시되지 않거나 섹터 전체에 대한 평가를 통해 타 종목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직접적인 의견을 제시를 피해갔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이 매도 리포트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에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매도 의견을 내는 데 부담을 느낀다”며 “‘매수’ 일변도인 국내 투자 보고서가 보다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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