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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의 테이스티오딧세이]옹기에 숙성시켜 깊은 달콤함…한식과 어울리는 '머루와인'





지난 4년간 우리술 품평회, 전통주 박람회, 동굴와인 축제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땅에 와이너리만 해도 2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한국 최초로 국내 와이너리의 와인만을 가지고 갈라 디너를 만들기도 했다. 오미로제, 청수와인, 추사브렌디, 오디와인, 머루와인 등 다양한 원료를 사용해 각각의 특성을 잘 살려 만들어낸 맛있는 와인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다양한 음식과 어울릴 수 있었다.

한국에서 만든 와인은 한국 음식과의 균형을 고려해 만들었기 때문에 음식과의 조화가 훌륭했다. 아무래도 각 나라 와인은 그들 나라의 식문화를 고려해서 만들어지고 발전되어 왔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품평회의 다양한 와인 중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와인이 있었다. 바로 산머루로 만든 와인이었다. 파주 감악산 아래 위치한 이 와이너리는 청정한 DMZ 지역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품질 좋은 머루를 사용해 만든 와인이다. 늘 제철에 수확해 원재료를 사용해 즙을 짜서 그 원액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서충원 농부는 1979년부터 대한민국의 머루 재배를 처음으로 시작하며 전국으로 머루재배 농법을 전파했다고 한다. 그래서 대화를 나누면서도 머루의 우수성과 자부심, 열정도 정말 대단해 보였다.

산머루농원의 와이너리




산머루농원에서 생산되고 있는 ‘머루드서’라는 와인은 동굴 속에서 오크통 숙성을 통해 부드럽고 깊은 향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와인을 저장해둔 동굴을 한참 구경하고 있는데 내 앞에 무언가를 발견했다. 옹기로 만들어진 주둥이 부분은 좁게 만들어져 코르크 마개로 단단히 마감이 된 항아리들이 쭉 늘어져 보관되고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전 세계 많은 와이너리를 방문해본 내게는 굉장히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오른쪽에는 오크통이 있었고 왼쪽으로는 항아리들이 있는 모습이 꼭 서양의 와이너리와 한국의 술도가를 동시에 방문한 느낌이랄까?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겨냥해 관광 상품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한국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다.

우리는 장소를 와인 테이스팅 룸으로 옮겨 오크통에 숙성한 머루와인과 옹기에 숙성한 머루 와인을 비교 시음 해봤다. 먼저 함께한 동행한 스텝들 모두 오크통 숙성 와인을 시음했다. 누가 뭐래도 산도, 당도, 탄닌, 바디감도 숙성이 잘된 괜찮은 와인이었다. 다음은 옹기 숙성 와인을 마셔봤다. 순간 모두가 눈이 동그래 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심지어 아기 입맛인 스태프지도 좋아라 하는 그런 맛이었다. 깊은 달콤함에 약한 산미와 탄닌의 떫은맛이 아주 약하게 느껴졌고 가벼운 보디감으로 목넘김이 시원했다. 서양 와인을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맛이었다.

옹기 숙성 머루와인을 마시며 육전이나 산적 같은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며 웃음이 났다. 이런 옹기에 숙성시켜 한국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특별한 레시피가 생긴 것 같아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서충원 농부는 앞으로도 계속 옹기 와인을 늘려갈 것이며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0%, 1,000% 동감하는 말씀이다. 이렇게 요리사에게는 또 한가지 행복한 고민이 생겼다. ‘이런 좋은 재료는 어떻게 요리해 보는 것이 좋을까?’/‘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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