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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장기화에 3중고…中 '사회 안정' 마지노선 깨지나

☞3중고 : 수출·소비·투자 부진

[中 성장률 6.0%…벼랑 끝 바오류]

9월 소매판매도 목표치 8% 하회

수출은 3.2% 뚝…수입도 8.5%↓

내년 성장률 5%대로 하향 가능성

금리 인하 등 추가 부양 전망 속

"빚 심각…통화카드 어렵다" 지적





지난 1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톈안먼광장의 ‘건국 70주년 열병식’보다 하늘을 뿌옇게 덮은 스모그가 더 관심을 끌었다. 최근 진행되는 경기둔화에 다급해진 중국 정부가 공해물질을 배출하는 공장 단속의 고삐를 늦추면서 스모그가 다시 기승을 부렸다. 2015년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 때는 베이징 인근 공장의 영업을 전면 중지하면서 화창한 날씨를 만들어 ‘열병식 블루’라는 유행어까지 생겼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은 올해 3월 베이징에서 진행된 양회 행사 때 하늘에 미세먼지가 가득해 망신을 샀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최근 올겨울 미세먼지 감축 목표를 4%로 제시했는데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는 지난달 공개된 초안(5.5% 감축)보다 1.5%포인트 줄인 것이다.

시진핑 지도부가 국가 어젠다로 진행하는 대기오염 방지 정책인 ‘푸른 하늘 지키기’ 운동까지 희생할 정도로 중국의 경기둔화가 심화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1년 넘게 계속되면서 성장동력이 급격히 식고 있다.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0%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사회 안정’을 위해 내세운 6% 성장률 수성(保六·바오류) 목표가 벼랑 끝에 걸린 것이다. 4·4분기에도 바오류를 위해 금융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한 경기부양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다급한 조치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경기둔화가 최근 눈에 띄게 가시화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3대 요소인 수출과 소비·투자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이날 공개된 1~9월 누적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5.4%에 그쳤다. 1~3월의 6.3%, 1~6월의 5.8%보다 크게 줄었다. 중국 정부는 올해 2조1,500억위안의 인프라 투자를 계획했는데 상반기에 이미 많이 소진하면서 여력이 떨어진 것이다. 9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7.8%에 그치면서 중국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8%에 미치지 못했다. 8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7.5%였다.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수출은 더 심각하다. 14일 공개된 9월 중국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2% 줄어들었고 수입은 8.5%나 감소했다. 미국이 부과한 고율 관세의 영향으로 대외수출이 줄어들었고 위안화 평가절하의 영향으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덩달아 수입량도 감소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경기지표 가운데 9월 산업생산이 5.8% 늘어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산업생산 증가율의 경우 8월에는 17년 만의 최저치인 4.4%까지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환경오염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밀어내기식으로 공장을 돌린 것이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3·4분기 경제성장률 6.0%는 중국 정부가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발표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1·4∼3·4분기 누적 경제성장률은 6.2%였다. 지난해에는 6.6%를 기록했는데 이는 1989년 톈안먼 사태 여파로 중국 경제가 휘청거린 1990년(3.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오는 4·4분기 GDP 성장률은 5%대로 낮아질 수 있으며 내년에도 5%대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오류 경제성장은 중국 공산당 정부가 지상명령으로 삼는 사회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리커창 총리는 올 초 양회에서 “GDP 성장률은 6.0~6.5%로 확보하고 도시 신규 취업자 수를 1,100만명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지도부가 올 성장률 목표로 6.0~6.5% 구간을 내세운 만큼 적어도 그 중간 수준인 6.2%를 지켜내야 한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오는 2020년까지 GDP를 2010년의 두 배로 올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는데 올해와 내년에 6.2% 성장률을 유지해야 가능한 목표다.

하지만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올해 6.1%, 내년에는 5.7% 성장을 예상하는 등 이러한 중속 성장률 유지는 힘들다는 분석이 글로벌 금융가에서는 지배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를 자신의 ‘체면’이 걸린 문제로 본다는 점에서 4·4분기에 대대적인 경기부양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리웨이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3·4분기 성장률이 올해 목표치의 바닥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추가 부양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은 여러 변수가 있어 쉽게 꺼내기는 힘들다. 이미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전면적인 지급준비율 인하로 시중자금을 늘렸다. GDP의 250%에 달하는 심각한 국가부채 문제 탓에 기준금리 인하까지 시도할지는 미지수다. 9월 은행들의 위안화 대출 증가액은 1조6,900억위안으로 통계가 존재하는 2001년 이후 역대 9월 증가액 가운데 가장 컸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경기 부양과 금융 안정을 어떻게 균형 맞추느냐가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유지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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