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구독경제 업체를 인수하려는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현 시점에서는 막대한 인수 비용과 비교하면 인수자가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작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매달 일정액의 구독료를 지불하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받는 구독경제형 종목들은 올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생활가전 렌털업체인 웅진코웨이(021240)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넷마블(251270)은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지난 11일 이후 주가가 6.86% 하락했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인수를 통해 구독경제 시장 진출을 선언했으며 증권가에서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 ‘실적 변동성 축소’ 등을 이유로 들며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 역시 14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게임 산업 한계나 성장 불확실성 때문이 아니라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구독경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게임 쪽 사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1주일여가 지난 현재도 넷마블의 주가는 쉽사리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8월 주당 8만3,500원까지 떨어졌던 넷마블 주가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10만원대를 넘보고 있었다. 웅진코웨이 인수전 참여를 기점으로 힘이 빠진 모양새다.
이런 모습은 7월 보안솔루션 업체인 드림시큐리티(203650)가 ‘B2B’ 전문 렌털업체인 한국렌탈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와 비슷하다. 구독경제에 대한 기대가 큰데다 한국렌탈이 노트북 등 사무용기기 렌털 분야에서는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만큼 인수자인 드림시큐리티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드림시큐리티의 주가는 인수전 참여 선언 후 11일 거래일 중 하루를 빼고는 줄곧 주가가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넷마블의 주가 약세가 웅진코웨이 인수로 투입해야 할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에 비해 본업인 게임산업과의 시너지에 대해 시장이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본업과의 시너지를 생각하기 힘들고 앞으로 글로벌 게임사와 지적재산권 확보에 필요한 현금을 소진했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렌털업계도 비슷한 반응이다. 한 렌털업체 관계자는 “넷마블의 IT 기술력을 어떻게 웅진코웨이에 접목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그려지지 않는다”며 “실제 인수 이후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넷마블의 주가 하락이 구독경제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넷마블의 주가 하락에도 올해 구독경제 기업들은 국내 증시에서 ‘오버 퍼포밍(시장 수익 초과)’을 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웅진코웨이, 메가엠디(133750)·미스터블루(207760) 등 렌털, 기업 및 교육 정보 서비스, 웹툰 등 미디어 콘텐츠 구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국내 상장사 23곳의 올해 주가 변동을 분석한 결과 평균 34.4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결국, 구독경제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시장에 성장에 대한 명확한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2018년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내림세였지만 구독경제형 종목들은 안정적인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존 구독경제형 업체 중 차별적인 성장세를 구가하는 종목에 대한 관심은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구독경제=매월 일정액을 지불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으로 공유경제와 함께 최근 확산되고 있다. 공유경제는 필요한 때,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지만 구독경제는 멤버십을 통해 지불한 금액보다 더 큰 혜택을 정기적으로 받는 데서 차이점이 있다. 구독경제는 새벽 음식 배송과 같은 정기 배송, 자동차나 정수기와 같은 렌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은 자유이용 방식 등 세 가지 모델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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