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지난 3·4분기에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분기 기준으로 2009년 이후 최악의 실적 악화다. 세계 자동차 수요가 줄어든데다 치열한 경쟁에 판매량이 급감해 손실 폭이 커졌다.
18일 쌍용차(003620)는 매출액 8,364억원 영업손실 1,052억원, 당기순손실 1,07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인 643억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쌍용차의 분기 기준 영업손실이 1,000억원을 넘은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번째다. 2016년 4·4분기 영업이익 80억원을 기록한 후 11분기 연속 영업 적자다.
쌍용차는 이번 분기 실적 악화를 완성차 판매가 줄어들고 대내외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판매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신제품 출시 등 투자 규모를 늘리다 보니 감가상각비가 높아져 손실이 확대된 것도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꼽혔다. 3분기 쌍용차의 완성차 판매는 3만1,126대로 전년 동기보다 11.4% 감소했다. 올해 누적 내수·수출 판매는 10만1,403대로 전년 대비 0.8% 떨어졌다.
올해 들어 쌍용차는 그간 강세를 보였던 소형·대형 SUV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소형 SUV에서는 베뉴와 셀토스를, 대형 SUV에서는 팰리세이드와 모하비 더 마스터 등 잇달아 신차를 출시하자 쌍용차 판매량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올해 9월까지 티볼리는 3만5,351대가 판매됐다. 전년 동기 대비 15.7% 감소한 수치다. 렉스턴 역시 올해 9월까지 4만6,575대가 팔려 전년 대비 2.2%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쌍용차는 재구매 시 70만원 추가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판매 비용 확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당장 신차를 내놓을 수 없는 쌍용차는 기존 모델을 개선해 판매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코란도 가솔린 모델에 이어 상품성 개선 모델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며 판매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부진과 경영실적 악화로 여유자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쌍용차는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에 추가증자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인도 자동차 내수시장도 어려운 가운데 마힌드라가 쉽게 증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며 “생존을 위한 정상화 방안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이미 쌍용차는 임원 20%를 내보내고 직원을 대상으로 순환휴직을 시행하는 등 사실상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문제는 내년이다. 연구개발(R&D) 비용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티볼리 이후 신차계획도 연기한 만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공세에서 버틸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 둔화에 환경규제까지 쌍용차에 비우호적”이라며 “국내 완성차 업체중 언더독이라고도 불리는 쌍용차는 생존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쌍용차 내부에서는 여전히 대주주인 마힌드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마힌드라가 미래 임원을 자회사인 쌍용차에 보내 일종의 경영수업을 받게 하고 있는 만큼 상황이 나아지면 쌍용차에 대한 지원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현재 쌍용차에는 임원급 1명과 차·부장급 직원 6명 등 총 7명의 마힌드라 직원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결재권을 가진 최고대무책임자(CFO) 1명과 인사·관리·해외영업·구매 등 부문에 6명의 직원이 배치돼 있다. 현업 부서에 배치된 이들은 쌍용차의 업무 방식을 직접 체험하는 동시에 마힌드라와 업무 협조 등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3~4년 정도 쌍용차에서 근무한 뒤 모기업인 마힌드라로 돌아가 각 부문의 임원으로 승진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비록 마힌드라가 1954년 설립돼 차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쌍용차처럼 전 세계 무대를 상대로 수출한 경험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기술 측면에서도 쌍용차는 새로운 배기가스 배출 기준인 ‘유로 6d(Euro 6d-Temp)’ 수준인데 마힌드라는 이제 고작 유로 3~4 차량을 만드는 데 그친다”고 설명했다. 마힌드라 입장에서 쌍용차는 ‘경영 스승’인 셈이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17일 쌍용차 이사회를 주관하고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과 면담했다. 면담 자리에서 정 위원장은 회사의 영업 적자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노조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협력하는 만큼 ‘고용 안정’을 지켜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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