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급격히 몸값을 띄우던 지누스를 두고 ‘부활의 노래’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지누스는 1979년 진웅기업이란 이름으로 출발한 텐트 제조업체였다. 1988년엔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에 단독 현지 법인을 세웠고, 1989년 코스피에 상장돼 한때 최고가로 11만2,000원을 기록할 만큼 소위 잘나가는 기업이다. 1990년 전 세계 텐트 시장의 35%를 점유하면서 글로벌 1위 사업자가 된 뒤 전 세계 시장의 65%까지 장악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휘청였고, 1999년 지분 85%를 해외 사모펀드(PEF)인 워커그 핀커스에 넘기면서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결국 2005년 코스피에서 상장 폐지된다.
부활의 전주곡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중반 주력제품을 매트리스 등 가구사업으로 바꿨고, 2014년부터는 세계 최대 온라인 마켓인 아마존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 세계 최초로 상업화한 박스 포장 매트리스로 2015년 당당히 베스트셀러 업체에 이름을 올린다. 2014년 화의절차(채권단 공동관리)를 졸업한 지 불과 1년 만이었다. 올해 반기 기준으로 아마존 침실가구 베스트100 중에서 지누스 제품만 35개에 달한다.
지누스가 올해 기업공개(IPO) 중에서도 ‘대어’로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장세가 가파르다. 글로벌 가구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3.6% 가량. 미국과 중국,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시장은 10.2%에 달한다. 지누스가 2014년 1,498어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6,218억원으로 껑충 뛸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42.7%로 글로벌 온라인 시장 성장세의 4배가 넘는다. 올해 반기 기준 매출액도 3,3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2014년 108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531억원으로 덩치를 키웠다. 올해 상반기도 4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의 실적을 거뒀다.
온라인 시장에 맞춘 수직계열화한 사업 모델이라 제품의 경쟁력도 탄탄하다. 국내에선 제품의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생산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이뤄진다. 특히 주요 시장인 미국에선 동·서부에 각각의 물류센터를 구축해 다양한 온라인 채널로 판매되는 제품을 효율적으로 배송하고 있다. 주요 판매 채널인 온라인에서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평점과 구매 후기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엔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오프라인 시장의 글로벌 ‘유통공룡’으로까지 채널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지누스 관계자는 “세계 1위 온라인 가구 업체로서 2039년엔 매출 100억달러를 달성하고 100개국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오는 21일부터 진행될 이틀간 진행되는 공모주 청약에서 크게 흥행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모 주식수는 302만860주로, 공모가 희망밴드는 8만~9만원으로 공모예정금액은 2,417억~ 2,719억원이다. 이미 장외 시장인 K-OTC에선 주가가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넘어서는 9만2,000원(17일기준)을 기록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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