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K바이오가 겪고 있는 좌충우돌은 사실 유럽이나 미국 등 제약바이오 분야의 글로벌 선진국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분명히 K바이오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속도를 높이기 위해 모두 더 고민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더욱 투명하게 경영해야 하고, 투자자들도 잘못된 정보를 거를 수 있어야 합니다.”
노바티스에서 연구경영에 참여하고, 20여년 간 유럽과 미국에서 바이오벤처를 발굴, 투자하고 있는 권명옥(사진) PMG 인베스트먼트솔루션 투자책임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잇따른 임상 실패 상황에 대해 “이머징마켓이 성장하며 겪는 과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권 책임은 다만 “약품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그 내용에 대해 주주, 당국, 소비자가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회사의 투명성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내 일부 업체들이 임상 절차등과 관련해 시장의 불신을 사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태동기에 있는 국내 바이오 산업에서는 임상시험 진행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할 전문가가 부족한 만큼 회사 내부에서 더욱 객관적으로 자기자신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한 바에오벤처를 사례로 투명성을 설명했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배터를 개발하는 회사가 임상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개발사가 좋은 결과가 나온 무진행생존기간(PFS)를 강조했는데, 기존 의약품인 허셉틴과 비해 1개월 이상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이내 주가가 급락했는데, FDA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에서 기존 의약품과 큰 차이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 책임은 “물론 최근 항암제 개발에서 PFS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FDA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가지표는 OS”라며 “이처럼 회사 측에 유리한 부분을 과장해 드러내는 행위는 투명성이 떨어지는 사례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 책임은 “같은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더라도 해석하기에 따라선 투자자들의 관점이 극과 극으로 바뀐다”며 “회사는 결과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고, 투자자는 잘못된 해석을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 책임은 K바이오의 빠른 성장을 위해 국내에 전문가들을 많이 초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약한 임상 역량 축적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시험에 합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상에 참여하며 이들이 신약후보물질을 상업화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권 책임은 “글로벌 제약사는 출시 시기부터 역산해 임상 진행 단계를 설정하고, 여러 기준을 통해 다음 단계의 임상시험에 진행할 물질을 고른다”며 “K바이오는 연구개발(R&D) 단계중에서 ‘개발’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싱가포르 정부의 강력한 지원방식으로 우리 정부도 참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싱가포르의 예를 들며 “싱가포르는 연구소를 세워만 주면 10년 간 연구비 절반을 보전하겠다고 글로벌 제약사에 제안해 노바티스가 열대병 등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세웠다”며 “열대병은 핵심 파이프라인은 아니지만 경험이 많고 은퇴를 앞둔 연구원들이 그 곳으로 가 이들의 경험을 싱가포르에 전수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약 개발 과정은 열대병이든, 항암제든 다르지 않은 만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이라 밝혔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