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대 성장률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한국 성장률을 2.0~2.1%로, 내년은 2.5% 안팎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또 이·불용이 큰 예산사업과 관행적인 국고 보조사업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 존폐 여부를 다시 점검해 다음해 예산에 반영할 방침이다.
홍남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올해 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IMF가 예측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IMF와 OECD는 각각 2.0%와 2.1%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에 대해 홍 부총리는 “현재 경제정책방향 수집 작업을 진행 중인데 OECD나 IMF 전망치에다 여러 정책의지와 투입노력을 고려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성장률로 IMF는 2.2%, OECD는 2.3%로 보고 있는 걸 감안하면 2.5% 안팎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부 목표치는 올해 2.4~2.5%로 지난 7월 0.2%포인트 낮춘 바 있다. 다만 정부는 1년에 두 번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 외에 공식적인 성장률 수정은 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한다.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각각 전기대비 0.6% 이상으로 나와야 올해 성장률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소 낙관적이지 않냐는 질문에 홍 부총리는 “권위 있는 기관들이 가장 최근에 전망한 수치이므로 눈 여겨 보고 정책 근거로 삼는 것”이라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 경제여건이 어려운 이유로 대외여건 악화를 꼽았다. 그는 “IMF의 표현대로라면 올해 약 90%에 해당하는 국가의 성장세가 동시에 둔화하는 ‘싱크로나이즈드 슬로우다운(Synchronized Slowdown)’ 현상이 나타났다”며 “중국 수입 수요가 위축(7.9%->-0.2%)되면서 한국, 싱가포르, 홍콩 등 대중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들 성장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교역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내년을 올해 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근거로는 내년 상반기 반도체 초과공급이 해소되고 업황이 업턴될 것이라는 전망을 들었다. 홍 부총리는 “내년의 경우 올해 경기악화를 겪은 신흥국의 경기회복으로 세계 성장률이 올해 보다 개선(IMF: 올해 3.0%, 내년 3.4%)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무역갈등 전개 양상에 따라 하방리스크가 존재한다”면서 “이를 뒷받침하도록 정부 당국자로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하고 미중무역갈등이 순조롭게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하방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경기보강 대책이 없다 보니 홍 부총리는 효율적인 재정집행을 수 차례 강조했다. 수출, 투자 등 민간 부문의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정부지출이 충분히 집행되지 않는다면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는 경제활력 법안이 국회에 묶여 있는 상황에 대해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단기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확보한 예산 집행에 역량을 쏟아 부어 제2의 추가경정예산 효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는 10조~15조원, 지자체는 2배가 넘는 이불용 예산이 매년 발생한다는 게 홍 부총리의 설명이다. 그는 “기존에 확보한 예산이 당초 목적대로 잘 쓰이는지 4분기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홍 부총리는 “예산실, 재정관리국과 관계부처가 함께 관례적으로 이용, 불용이 이뤄지는 예산사업과 관행적으로 자리를 잡은 국고 보조사업에 대해 내년 1~2월 두 달 간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며 “제로베이스에서 존폐 여부를 다시 점검해 다음해 예산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에는 똬리를 틀면 정당성과 관계없이 전년동월로 가는 관성이 있어 이를 걷어내야 한다는 의지인 셈이다. 홍 부총리는 필요하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사업을 깊이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워싱턴DC=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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