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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관세율·보조금 등 피해 없어야" 내걸어

개도국 지위 조건부 포기 결정

각 부처 농민단체 설득 총력전

기재차관 22일 농민단체와 간담

농업계, 예산 증액 등 요구할 듯







정부는 미국에 농업 부문에 안전장치를 확인해 농심(農心)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효성 없는 개도국 지위를 붙잡고 있으면 자칫 미중 갈등에 얽힐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가운데 농민단체 반발 등 정치적 부담을 덜어 조기에 외교 안보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DDA에서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선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다자간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서 DDA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 측에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DDA가 빠지면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은 수산물 보조금과 디지털 무역 관련 협상만 남게 된다”며 “우리가 향후 DDA에서 개도국 지위를 선언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DDA 이외 새로운 다자간 협상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새 협정이 체결될 경우 자칫 한국이 유지하던 농업 분야 혜택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농업분야에서 관세율, 보조금 등에 있어 피해가 있으면 안 된다는 점을 못 박는 셈이다.

통상당국은 미국이 정부의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초 미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엄포를 놓은 것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개도국 지위를 놓지 않으면 중국이 한국을 방패막이 삼아 개도국 지위를 놓지 못한다고 몽니를 부릴 수 있다”며 “한국이 그런 일이 없도록 미리 빠져준다고 한다면 우리 요구를 받아들여 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26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향후 90일 안에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WTO에서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 국가 세계 무역량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 총 4가지를 개도국 제외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한국은 모든 조건에 부합한다.

이처럼 개도국 포기를 놓고 한미 간의 협상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2일에는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주재하는 민관합동 비공개 간담회가 열린다. 개도국 포기 이슈가 불거진 이후 농민단체가 예산·정책 당국의 최고위 관계자와 마주앉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민단체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예산 증액과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목표치 이행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우선 현재 전체 국가 예산 대비 3% 수준인 농업 예산을 4~5%로 끌어올려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협상의 주요 고비마다 소외를 당했던 업계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 2017년 조성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이행 실태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FTA로 피해를 입은 농어촌을 돕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으로 정부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출연을 통해 매년 1,000억원씩 총 1조원을 모으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걷힌 금액은 643억원으로 목표액의 21.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측은 “22일 진행되는 간담회는 농업계의 현실과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이날 수렴한 요구 사항을 향후 농업 대책을 만드는 데 적극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25일 부총리와 관계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여하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개도국 포기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개도국 지위 포기는 입법 사항이 아닌 만큼 국회 통과나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세종=나윤석·김우보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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