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을 강력하게 권고하는 등 사실상 판매금지에 해당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은 국내외에서 폐 손상 의심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공산품으로 분류되는 등 각종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해외 직구나 직거래 등 온라인을 통해 청소년들이 접근하기 쉽다는 점도 보건당국이 강력 경고에 나선 배경으로 지목된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 손상자는 1,479명, 사망자는 33명에 달한다. 특히 중증 폐 손상자의 79%가 35세 미만이었으며 나이 중앙값은 23세로 주로 젊은 층에서 피해사례가 발생했다. 모든 환자가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했다고 밝혔으며 이들의 질환 원인이 감염에 의한 것이 아니라 화학물질 노출에 따른 것으로 미국 보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폐 손상 환자 대부분은 기침이나 호흡곤란·가슴통증 등의 호흡기 이상 증상을 호소했으며 일부는 메스꺼움·구토·체중감소 등의 증세를 보였다.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 손상 의심사례는 국내에서도 발견됐다. 지난달 28일 30대 남성 A씨 역시 기침·호흡곤란·가슴통증 등의 증세를 보이다 입원·치료 후 호전돼 이달 4일 퇴원했다. 이 남성은 발병 2~3개월 전부터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다가 입원 5일 전부터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원인물질 및 인과관계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상태다. 미국 보건당국인 식품의약국(FDA)도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는 오는 2020년 5월까지 판매허가를 위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판매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 판매금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대책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제품회수와 판매금지 등을 위한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해 올 11월까지 THC, 비타민 E 아세테이트를 포함해 7개 성분에 대해 유해성분 분석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 청소년 흡연 유발 등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 제품회수 또는 판매금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체계를 완비할 계획이다. 현행 담배사업법 2조에 따르면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만든 제품으로만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연초의 줄기나 뿌리로 만든 액상형 전자담배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당국의 모니터링에서 비켜나 있었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모두 수입품이며 총 11개 회사, 36개 품목에 달한다. 반출량은 2016년 60만㎖에서 2019년 8월 1,437만㎖로 23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액상형 전자담배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현행법상 담배의 온라인상 중고거래는 금지돼 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중고거래장터를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를 직거래하는 청소년의 숫자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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