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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뒤안길] 불국사 삼층석탑

재난 이기고 새로운 유물 역사적 사실 알려줘

국보 제21호 불국사 삼층석탑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의 나이는 적게는 50년, 많게는 1,000년이 넘는다. 당연히 상태는 좋지 않고, 그것이 지닌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때문에 지진과 같은 재난은 문화재를 위협하는 적이지만 때론 이런 재난이 뜻하지 않게 가치와 신비를 더해준다.

1966년 9월3일, 일단의 도굴꾼들이 불국사에 침입했다. 그들의 목적은 국보 제21호 불국사 삼층석탑 안에 안치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리장엄구였다. 그러나 석탑은 단단했다. 이들은 석탑만 훼손시킨 채 도망쳤다. 이후 긴급해체 수리가 결정됐다. 해체 도중 금동사리함과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비롯한 많은 유물이 수습됐다. 비단에 싸인 채 발견된 종이 뭉치는 오랫동안 습기에 젖어 당시 기술로는 처리가 어려웠다. 40년이 지난 2007년에서야 보존처리된 이 종이뭉치에는 이 석탑이 742년에 지어지기 시작해 신라 혜공왕대(765~780)에 완성되고, 1024년에 해체수리됐다가 1036년에 일어난 지진으로 무너질 뻔했으나 다시 수리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도굴이라는 재난 때문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새로운 유물의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불국사 삼층석탑은 2012년부터 2016년 4월까지 다시 해체수리를 거쳤다. 그런데 2016년 9월, 규모 5.8의 강한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했다. 적잖은 석탑들의 부재가 움직이고, 목조건물의 기왓장이 떨어지는 등 피해가 컸지만 불국사 삼층석탑은 달랐다. 수리 당시 기초에 남아 있던 중심축의 흔적을 면밀히 고증해 탑을 재조립했는데, 지진 진동으로 인해 더 정확하게 부재 간 중심축이 맞춰졌다. 문화재는 약하다? 아니, 오히려 천년을 넘게 살아남은 것을 보면 문화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할 수도 있겠다.
/조상순 국립문화재연구소 안전방재연구실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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