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가 미주에 기반을 둔 세계 1위 기내면세점 업체의 지분 44%를 인수하고 미주 지역에 전격 진출한다. 5년 뒤 23% 지분을 추가 매입해 경영권을 완전히 가져오는 옵션도 확보했다. 호텔신라는 이를 통해 신라면세점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시킨다는 방침이다.
호텔신라는 미국 기내면세점 업체 ‘3식스티’사의 증자에 참여해 이 회사 지분 44%를 확보한다고 25일 공시했다. 지분 확보에 들어가는 자금은 1억2,100만달러(약 1,420억원)다.
3식스티는 지난 1987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설립된 회사로 지난해 8월 ‘DFASS’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에어캐나다·버진에어웨이·싱가포르에어라인 등 세계 21개 항공사의 기내면세점을 운영하는 이 분야 세계 1위 업체다. 아울러 미국 댈러스포트워스·올랜도·필라델피아 국제공항, 콜롬비아 엘도라도 국제공항 등 북중미와 남미 12곳에서 공항면세점도 운영한다. 여기에 각국 크루즈 터미널을 더해 총 41개 이상의 면세점 매장을 운영 중이다. 무디리포트 2018년 기준 세계 20위 면세사업자이며 지난해 매출은 약 6억유로(약 8,000억원)다.
호텔신라는 이번 지분 취득을 통해 신라면세점 미주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호텔신라 측은 “미주 지역 진출로 해외 면세사업의 다각화를 이룩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신라면세점은 세계 1위 기내면세점 업체를 통한 ‘멀티 채널’ 확보로 더욱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기존 공항 및 시내 면세점 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신라면세점과 3식스티가 각각 강점을 가진 상품 영역을 믹스해 더욱 강력한 바잉파워를 확보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신라면세점은 이번 지분 인수로 롯데면세점과의 격차를 확 줄일 수 있게 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는 24일 연매출 5,100억원선의 싱가포르 창이공항 주류·담배 면세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날 호텔신라가 더 큰 규모의 면세점 지분을 취득하면서 단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앞으로 세계 2위인 롯데와 3위 신라의 격차가 상당히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신라는 이번 계약에서 오는 2024년 3식스티 지분 23%를 추가 매수할 수 있는 콜 옵션도 확보했다. 권리 행사 시 호텔신라가 이 회사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게 된다. 호텔신라가 콜 옵션을 행사하면 기존 주주는 잔여 지분 33%에 대한 매도청구권리(풋 옵션)을 갖게 된다.
한편 호텔신라는 올해 3·4분기 매출 1조4,753억원과 영업이익 574억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중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3·4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사상 최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5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고 호텔신라는 밝혔다.
/맹준호·박민주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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