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낯선 재미를 추구하는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공략하기 위한 과한 설정의 광고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원 F&B가 지난 7월 공개한 ‘동원참치’ 광고는 화면에 등장하는 모델보다 큰 대형 자막을 선보이며 유튜브 공개 2주 만에 30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10월 현재 기준으로는 1,400만을 넘어섰다. 참치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이 광고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화면에 ‘이건 맛의 대참치’라는 대형 카피를 띄웠다. 여기에 다소 촌스러운 듯한 배경음악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을 묘하게 사로잡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광고를 검색해 보는 것은 처음이라는 반응에서부터 동원참치 콘서트나 팬미팅을 기획해달라는 요청까지 이어졌다.
헤어케어 브랜드 ‘프레시팝’의 여름 한정판 ‘블루모히또’를 소개하는 영상도 히트작으로 꼽힌다. 제작을 맡은 제일기획은 모델 이소라의 과거 다이어트 비디오를 현대식으로 변형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복고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여기에 ‘데스 메탈(과거 유행하던 헤비메탈의 한 장르)’ 음악을 입히고 ‘두피를 때려박는 청량감’과 같은 강력한 가사, 모델 이소라의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되는 등의 파격적인 영상을 더했다.
이 같은 B급 마케팅에 호응하는 소비자들은 개성을 중시하는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다. 이슬기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기존의 형식을 깬 광고에 재미를 느낀 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당 광고를 공유하며 지속적으로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브랜드나 모델이 평소에 하지 않던 과한 콘셉트는 소비자에게 궁금증을 유발시켜 콘텐츠를 끝까지 즐기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보수적 이미지가 강했던 금융권도 ‘병맛’을 자처하며 이색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신한생명이 유튜버 장삐쭈와 함께 내놓은 ‘병맛 더빙’ 광고가 대성공을 거둔 것이 신호탄이었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은 가수 남진이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남지니’로 분해 부자 되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설정의 광고로 공개 10일 만에 조회 수 500만회를 넘겼다.
NH농협은행은 새 애플리케이션 출시 광고를 ‘새 애비(아버지)’의 언어유희로 풀어냈다. “내가 네 새애비”라며 모녀 앞에 등장한 남자가 “이제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따위 필요 없어”라며 실물 OTP를 삼키다 쓰러지는 내용의 영상은 조회 수 100만회를 넘어섰다. TV 광고시간에 제한을 받는 저축은행들도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시간 제한도 받지 않은 유튜브로 광고 영역을 넓히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최근 ‘제3한강교’를 개사한 ‘월급은 흘러갑니다’를 배경음악으로 설정한 복고풍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하며 20·30대 젊은 고객층의 취향을 저격했다.
은행 홍보나 금융 그 자체는 오히려 뒷전이 되는 게 특징이다. 우리은행이 올해 공식채널과 별도로 개설한 ‘웃튜브’는 ‘3초 만에 숙면을 보장한다’는 콘셉트의 ‘3초 딥슬립 ASMR’ 시리즈로 유튜브·페이스북 등 SNS에서 대화제를 모았다. ‘ASMR’은 자율 감각 쾌락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준말로 부드럽게 속삭이는 목소리나 생활 소음, 자연의 소리 등을 부각하는 유튜브 영상 장르의 일종.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근저당권설정계약서·표준투자권유준칙·예금거래기본약관 등 은행 거래 고객이라면 한 번쯤 서명해봤겠지만 난해한 용어 탓에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드문 각종 서류를 나른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읽어주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우리은행의 이미지까지 바꾸는 계기가 됐다.
금융권에서는 ‘읏맨’도 화제다. OK저축은행은 자사 캐릭터 ‘읏맨’을 내세운 단독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건전한 금융 생활을 저해하는 신들을 물리치는 읏맨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 중 최고 조회 수는 700만회에 달한다. /빈난새·허세민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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