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세종시 첨단산업단지의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2공장. 공항의 수하물 수취대처럼 생긴 설비 안에 까만 분말들로 보이는 음극재가 흑연 상자에 담겨 옮겨졌다. 꼬박 24시간 동안 1,000도가 넘는 온도로 가열되고 흑연 입자에 코팅 과정을 거친 완성품이었다. 음극재는 냉각 과정을 거쳤지만 250도의 열기를 뿜어냈다.
음극재는 배터리의 4대 핵심소재 중 하나다.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배터리를 사용할 때 방출해 전기를 발생하는 역할을 한다. 정대헌 포스코케미칼 음극소재실장(전무)은 “이 분말(음극재)이 4차 산업시대 산업의 쌀 역할을 하고 있다”며 “포스코케미칼 세종공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2공장은 최근 1단계 공사를 마치고 시험가동 중이다. 포스코케미칼은 밀려드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2공장 건설에 나섰다. 라인당 연간 생산능력은 1공장보다 25% 향상됐다. 2공장은 이번 1단계(2만톤 설비 증설)에 이어 단계적 증설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연산 5만톤의 천연 흑연 음극재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미 가동 중인 연산 2만4,000톤의 1공장을 포함하면 연간 총 7만4,000톤의 음극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60㎾급 전기차 배터리 약 123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2공장에서는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공장 무인화와 독자 개발한 핵심설비 덕분에 세종공장의 라인 1기당 생산성은 중국 경쟁사의 2배 수준이다. 포스코케미칼이 생산하는 음극재는 인조 흑연을 쓰는 일본과 중국 업체들과 달리 천연 흑연을 원료로 쓴다. 인조 흑연은 고속충전이 가능하고 수명이 긴 특징이 있지만 천연 흑연보다 가격이 비싸다. 포스코케미칼은 적자를 감내하면서 연구개발(R&D)을 계속한 끝에 인조 흑연급의 성능을 발휘하는 천연 흑연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2017년 LG화학과 3,000억원대 장기 공급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정규용 음극재생산부 생산부장(상무)은 “음극재의 품질을 좌우하는 코팅을 균일하게 하는 기술 노하우를 확보했다”며 “한국의 배터리 3사(LG·삼성·SK)가 원가 경쟁력이 있는 천연 흑연을 쓸 수 있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인조 흑연 사업에도 진출해 제품 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에너지 소재 분야에서 2030년 시장점유율 20%, 매출 연 17조원이라는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그룹이 포스코케미칼에 거는 기대는 크다. 포스코는 음극재 사업이 2030년 매출 2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이 1,5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10여년 후 약 1,300%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종공장을 방문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 그룹 넥스트 50년 신성장 엔진 음극재와 함께 위드 포스코!’라는 글귀를 남겼다.
/세종=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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