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불황에 식품업계 ‘올드보이’제품이 ‘골드보이’가 됐다.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보수적인 소비를 하면서 자연히 신제품보다는 기존 인기 상품을 선호하는 까닭이다.
2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불황이 길어지면서 각 식품회사들이 기존 메가히트 상품의 ‘파생상품’으로 승부수를 보고 있다. 불황에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소비자들이 새로운 상품 대신에 검증받은 히트 상품으로 안전한 소비를 하면서, 자연히 업계도 신제품보다는 기존 상품에 새로움을 더하는 수준이다. 식품업계에선 2014~2015년께 해태 허니버터칩, 오뚜기 진짬뽕, 농심 짜왕 이후 공전의 화제가 된 신제품은 없는 상황이다.
업체들도 히트상품에 변주를 주는 것이 검증된 맛에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안전한 선택으로 ‘일석이조’ 전략인 셈이다. 롯데칠성제과는 지난 4월 올해 30살을 맞이한 밀키스에 핑크빛 ‘밀키스 핑크소다’를 출시했다. 제품 패키지도 인기 캐릭터 ‘헬로키티’와 손잡아 화제가 됐다. 1989년 4월 출시된 밀키스는 국내 유성탄산음료 시장에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성탄산음료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농심은 올해 6월 용량과 크기를 줄인 미니 인디안밥을 내놌다. 농심이 미니인디안밥이 월 5억원 이상의 매출을 보이자 8월에는 미니바나나킥을 출시했다. 인디안밥과 바나나킥은 각각 1976년, 1978년 출시돼 농심의 대표적인 과자 스테디셀러다.
파생상품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은 신라면 건면이다. 올해 2월 출시된 신라면 건면은 월평균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6~8월 라면시장에서 신라면 건면은 11위를 차지했다. 8월 기준 팔도 왕뚜껑(12위), 농심 김치사발면(13위), 삼양식품 큰컵불닭볶음면(14위) 등 쟁쟁한 유탕면을 앞선 성적이다.
국민간식 초코파이의 변신도 무죄다. 40여 년간 오리지널을 고수해오던 초코파이는 ‘초코파이 情 바나나’, ‘초코파이 情 딸기’ 등의 한정판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1020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장기화된 불황에 과거 허니버터칩같은 신제품으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는 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불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보수적인 소비패턴을 보이면서, 신제품보다는 기존 상품을 착안해 변화를 준 상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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