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5대 패션 도시로 부상시키겠다며 시작한 서울패션위크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지만 메인스폰서 부재, 서울시의 예산 삭감 등 국내 시장에서 관심과 투자 미흡으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K 드라마에서 시작한 한류가 K 팝, K 푸드와 더불어 최근 K 패션이 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로 후발주자이지만 성장을 거듭하는 상하이 패션위크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서울패션위크의 수주실적에 따르면 2018년 추계 서울패션위크 수주실적은 426만 1,361달러로 2017년 453만 7,791달러에 비해 줄어들었다. 매년 증가해오던 수주실적이 꺾인 것은 최근 5개년 들어 지난해가 처음이다.
헤라가 메인스폰서에서 빠진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헤라가 빠지면서 패션위크 실탄 자체가 10억원 정도 줄었다”며 “수주실적은 얼마나 해외 바이어를 초청하는지에 따라 달렸는데 돈이 줄었으니 수주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막을 내린 2019년 추계 서울패션위크의 최종 수주실적은 2020년 확정된다.
헤라가 메인스폰서에서 빠진데다 서울시 지원 예산도 사실상 줄었다. 서울패션위크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패션위크 예산은 48억2,940만원으로 2018년 53억 6,600만원에 비해 감소했다. 서울패션위크 관계자는 “서울시 재정 문제 등으로 패션위크 예산이 감액됐다”며 “추후 협상을 통해 감액된 예산은 다른 사업비 명목으로 보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년 예산확보가 쉽지 않다”며 “예산이 늘어야 서울패션위크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이 갈수록 줄어드니 국내 유수 디자이너들의 불참도 이어지고 있다. 수주나 홍보 등에서 실익이 없는 서울패션위크 참여에 공을 들이는 것보다 해외 패션쇼 참여나 해외 편집숍 입점이 더 이득이 많다는 계산에서다.
때문에 서울패션위크의 위상은 우리보다 더 늦게 시작한 중국 상하이 패션위크 보다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상하이 패션위크 후원 기업은 로레알과 맥, 펩시 등 10개에 달하는 등 규모가 매년 커지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패션 소비의 중심지로 정착해 가고 있다. 상하이 패션위크가 서울패션위크에 앞서 열려 먼저 주목을 받아 글로벌 기업들의 후원을 가로막는 것도 걸림돌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최근 K 패션이 K 팝과 더불어 한류를 이끄는 중심 축으로 떠오르며 한국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다”면서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디자이너를 키우고 K 패션 산업을 성장시키는 지렛대인 서울패션위크가 K 패션의 높아진 위상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