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식당 주방에서 일했는데 일주일 만에 바로 몸살이 나더라고요. 육체적으로 일하기 힘든 주방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주방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했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시스템이 답이라고 생각해 이를 고스트키친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28일 최정이(사진) 고스트키친 대표는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주방이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는 공간과 주문 정도만 제공하고 있지만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해 식당 사장님들의 매출 증진까지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고스트키친은 ICT 기반의 배달전문 공유주방을 표방한다. 공유주방은 주방설비나 인테리어 비용, 거액의 권리금을 필요로 하지 않아 초기 창업비용을 절감한다는 측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고스트키친은 통상 조리공간과 기구만 제공하는 공유주방과 다르게 원스톱으로 주문·배달접수를 처리한다. 현재 배달주문 플랫폼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푸드플라이 등으로 다양하다. 이 때문에 식당 사장님들은 각각의 플랫폼을 여러 대의 단말기에 설치한 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이를 배달 플랫폼에 접수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스트키친은 이 같은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시스템 ‘발가락’을 입점 업체에 제공한다. 업체는 태블릿 한 대와 빌프린터로 주문을 확인하고 조리만 하면 되며, 플랫폼의 주문접수와 배달접수는 발가락이 자동으로 처리한다. 어느 플랫폼을 쓰든 하나의 태블릿에서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최 대표는 “우리가 굉장히 쉬운 일을 ‘발로 한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이 시스템도 사장님들이 더 쉽게 식당을 운영했으면 해서 ‘발가락’이라고 이름 지었다”며 “주문받는 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주문을 체크에서부터 배달원 호출을 원클릭으로 만드는 것만으로 인력을 줄일 수 있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가 이처럼 배달음식점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것은 직접 배달음식점 사장으로 2년여간 활동했기 때문이다. 일명 ‘배민마피아’로서 우아한형제들에서 배민수산과 배민키친 출시를 주도했던 최 대표는 배달의민족을 퇴사한 뒤 배달음식점을 차렸다. 셰프 등 14명의 직원들과 함께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음식을 주문받고 조리한 뒤 배달하는 생활을 했고, 공학도로서 개선할 부분을 발견했다. 최 대표는 지난 1997년과 2001년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학·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주방에서 일하면서 이 일이 얼마나 육체적으로 힘든지를 체감했다”며 “공학도의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식재료의 저장에서부터 주문, 전처리과정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해 바로 적용, 실제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고스트키친은 지난 7월 삼성점을, 8월에 강남점을 오픈했다. 오픈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두 곳 모두 이미 임대율이 60%에 달할 정도로 신규 창업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수천만원의 보증금이나 관리금이 필요한 일반 식당과 다르게 고스트키친은 보증이 1,000만~1,200만원에 월 사용료 150만~170만원, 월 관리비 25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입점할 수 있어서다. 최 대표는 “12월에는 현재 공사 중인 송파점까지 오픈할 예정”이라며 “다음달부터는 손님이 고스트키친에서 음식을 직접 찾아갈 수 있는 테이크아웃 서비스도 제공하며, 앞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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