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서로 TV 제품 약점을 들추는 광고를 낼 때마다 디스플레이 업계 기술자들 마음은 멍듭니다. 비방 영상에서 반복해서 꼬투리로 잡히는 기술의 한계들이 마치 우리 잘못 같아서요.”
LG디스플레이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최근 이어지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디스전’에 대해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9월 유럽가전전시회(IFA)에서 촉발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비방전이 매일 수위를 조금씩 높이며 이어지고 있다. 대상 범위는 넓어지고 노출 빈도도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시작됐지만 정작 내부에서 이 같은 광고에 대한 불만도 조금씩 터져 나오고 있다. 업계가 어려운데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라는 마당에 소모적 분쟁을 겪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자사 제품의 약점이 노출되며 매출 감소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발단이 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 관련 광고에 대해 디스플레이 계열사의 불만이 적지 않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지금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저가 공세’에 인력 감축 등 뼈아픈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LG디스플레이 희망퇴직 ‘인증 글’이 하루에도 몇 개씩 꾸준히 올라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불만의 강도는 삼성디스플레이보다 LG디스플레이에서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사업적 관계가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에 있어서 LG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LG전자의 마케팅 전략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10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디스플레이 아산 공장에서 대통령을 맞이하고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밝혔을 때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극에 달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이다. 가격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광고에 공감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얼마든지 최종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는 삼성의 점유율을 뺏고 싶다면 TV 제품 원가를 낮추는 데 일등 공신이 될 수 있는 LG디스플레이 내부의 멍든 가슴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