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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도 실패하는데... 대폭 삭감된 치매 R&D 예산

2028년까지 1,987억 투입

당초 1.1조서 크게 줄어들어

"목표 달성 난망"예타서 깎여

"정부 안일한 정책수립" 지적

서울의 한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이 기억력테스트와 치매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치매 극복 연구개발(R&D) 사업 비용이 불과 2년 사이 당초 예상했던 규모에서 10분의 1 수준인 1,987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치매 치료제 신약개발에 글로벌 제약사들마저 줄줄이 실패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안이한 정책 대응으로 사업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9일 2019년도 제2차 국가치매관리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치매 국가책임제 내실화 방안을 확정하고 2020년부터 치매 극복을 위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연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부터 2028년까지 치매극복 R&D 사업에 1,987억원을 투입한다. 연구는 원인 규명 및 발병기전 연구, 예측 및 진단기술 개발, 예방 및 치료기술 개발 등 3개 세부사업과 14개 중점기술 분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치매극복 R&D 비용이 애초 정부가 발표한 예산의 10분의 1로 줄었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2017년 9월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한 후 2018년 2월 향후 9년간 1조1,054억을 쏟아부어 치매예측시스템과 한국형 치매예방프로그램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 예산은 두 차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며 대폭 삭감됐다.



먼저 지난해 5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구체적인 사업전략이 부족하다며 사업 예산을 5,800억원으로 줄였다. 이후 지난 4월에는 사업 예산을 1,987억원으로 대폭 깎으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시켰다. 평가원은 “치매 연구가 여러 부처의 공동사업으로 기획돼 있는데 부처 간 구체적인 역할 분담안이 없다”며 “일반적인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임상시험 단계를 거쳐 신약이 나오는 기간을 고려하면 9년 내 목표달성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최소 3년에서 5년이 걸리고 임상시험에만 10년 가까이 걸리는 것에 비춰볼 때 정교한 계획 없이 돈만 쏟아 붓는다고 정부 목표인 9년 안에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쉽지 않다고 꼬집은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신약 1종의 개발에는 평균 15억달러의 비용과 15년 가량의 연구기간이 소요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을 판매승인 요청하겠다고 밝힌 다국적 제약사 바이오젠이 지난 3년간 아두카누맙 등 각종 알츠하이머 개발프로젝트에 투자한 비용만 12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치매 치료제 개발은 글로벌 제약사 어느 곳도 성공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라면서도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슬로건으로 내건 상황에서 구체적인 실행방안 부재로 애초 내걸었던 예산이 10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은 정부의 안일한 정책 수립 행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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