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올해 3·4분기에 ‘어닝쇼크(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것)’급의 실적을 기록했다.
실망스런 실적을 기록했지만 현대제철 노동조합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임금협상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현대제철은 올 3·4분기 영업이익이 3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21억원보다 66.6% 감소했다고 29일 밝혔다. 매출은 5조4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658억원으로 같은 기간 적자가 277억원 늘었다.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철강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인상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이 연초 대비 20%나 상승했으나 이를 자동차강판, 조선용 후판 등 주요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봉형강 부문에서도 건설업황 둔화로 인해 판매가 줄어든 데다 단가도 하락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제철은 나빠진 경영환경을 고려해 하반기에는 철광석 가격 인상분을 제품가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콘퍼런스콜에서 “조선사 후판 가격은 당초 요구했던 인상 가격인 8만원에서 일정 부분 양보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며 “자동차 강판은 원료가격 인상 요구를 하는 상태여서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4·4분기 전망도 어둡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올 4·4분기와 내년 1·4분기를 철강 업황 저점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의 경기부양과 세계경제와 맞물려 있기에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생산 효율 향상과 저원가 조업능력 확보로 원가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투자 및 연구개발을 통한 미래성장동력 강화는 이어갈 방침이다. 회사측은 이날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전기차 중장기 생산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11월 가동을 목표로 연간 3만대 생산 규모의 금속분리판 2공장 증설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100kg급 냉연도금재 등 고성능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 노동조합은 이날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른바 ‘양재도 가이드 라인’ 때문에 회사측이 협상에 성실하게 나서지 않고 있다며 모기업인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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