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베트남 금융사 지분을 인수해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현대카드의 직접적인 해외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감각을 기반으로 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전략적 승부수가 다시 한 번 시작됐다는 평가다.
현대카드는 29일 베트남 소비자금융 기업인 ‘FCCOM’ 지분 50%를 전날 49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FCCOM은 베트남 중견 은행인 MSB의 100% 자회사로, 개인대출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FCCOM과 50대50의 조인트벤처 방식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내년 1·4분기 내 주식 인수를 거쳐 한국과 베트남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마무리하면 하반기부터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태영 부회장은 베트남 진출이 ‘글로벌2.0’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동안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즈니스를 쫓아 현대캐피탈을 중심으로 유럽에 진출해온 ‘글로벌1.0’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과 달리 신용카드 수요가 큰 동남아에 현대카드를 우선 진출시킨 후 현대캐피탈이 뒤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특히 현대카드는 베트남 금융시장의 성장과 함께 현대·기아차의 판매량 증가에 주목하고 있다. 베트남 개인대출 시장은 연 60%에 이르는 높은 성장률을 올리고 있고, 신용카드 고객 수 역시 지난해 약 740만명으로 전년 대비 27%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베트남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 1위(32%)였다. 베트남을 기반으로 삼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등에 잇따라 진출해 동남아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목표다. 동남아 물류시장이 독점적이거나 상당한 규모여서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를 전개하기 좋은 여건이라는 점도 현대카드가 동남아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회사 관계자는 “베트남 진출은 현대카드가 해외시장에 최초로 직접 진출하는 사례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며 “베트남 시장을 교두보로 동남아 시장을 적극 개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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