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도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디지털세 적용 범위를 구글·넷플릭스 등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휴대폰·가전·자동차 등 전통적 제조업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면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이달 초 디지털세와 관련해 시장 소재지의 과세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통합접근법’을 제안했다. 일정 기준을 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기업을 대상으로 초과이익의 일부에 대한 과세권을 본사가 속한 국가가 아니라 시장 소재지에 나눠주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업태를 고려해 1차산업·광업·금융업 등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거나 조세를 회피할 가능성이 작은 일부 산업은 제외하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현대차도 원칙적으로는 소비자 대상 사업”이라며 “각론이 나와야 어떤 기준으로 과세할지 알 수 있지만, 과세 대상에 들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접근법을 기초로 한 디지털세 과세의 핵심은 초과이익의 일부를 매출 기여도에 따라 각국에 나눠주는 것이다. 영업이익을 얼마나 초과했는지의 기준점이 되는 ‘통상이익률’은 10%로, 초과이익 가운데 각국 시장에 배분하기 위해 떼어내는 비율은 20%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모바일(IM) 부문은 디지털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전자 IM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 10.8%, 2017년 11.1%, 2018년 10.1% 등으로 최근 3년간 꾸준히 10%를 넘었다. 이 경우 우리 정부는 삼성전자로부터 걷는 법인세의 일부를 다른 나라에 넘겨주는 대신 구글 앱스토어 같은 IT 기업의 무형자산에 대한 과세권이 새로 생기면서 또 다른 수입원을 확보하게 된다. OECD는 이와 별개로 역외소득에 대한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도입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애초의 논의 방향과 달리 일명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 적용 범위가 넓어질 조짐을 보이는 배경에는 미국 IT 기업의 반발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천명한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가 디지털세 논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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