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곗돈’으로 불리는 내일채움공제가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되레 임금동결 수단 등으로 악용돼 원래 취지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중소기업은 재직자에게 임금 동결이나 삭감을 전제로 내일채움공제 납부금을 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일채움공제는 직원과 회사가 매칭해 납부금을 내면 5년 뒤에 일시금으로 직원이 찾아가는 제도다. 직원들의 장기근로를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우 납부금 부담을 호소하며 직원들에게 임금 동결을 압박하는 사례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내일채움공제 납부금을 내주는 전제로 직원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면 불법이다. 정부 관계자는 “(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저임금, 저복지 등에 따른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기 위해 장기 재직 직원들에게 성과보상금을 지급하자는 취지”라며 “기존 임금의 삭감이나 인상분 대체지급 등은 본래 취지와 다르기 때문에 약관상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직원인 김모(29)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회사 측이 임금인상 동결을 전제로 내일채움공제 가입을 권유하고, 납부금을 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내일채움공제는) 중기 근로자에게 목돈을 마련해주는 제도로 알려졌지만, 현실은 임금 동결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5년 만기 전에 내일채움공제를 해지하거나 직원이 회사를 퇴사할 경우 회사가 납부한 금액을 근로자가 가져갈 수 없도록 한 것도 직원들이 임금동결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측에 귀책이 있어 중도해지할 경우 회사가 낸 납부금은 직원에게 돌아가지만, 본인이 원해 이직할 경우 회사가 낸 납부금을 빼고 받아야 하는 것이다.
김씨는 “이직을 고려한 적도 있지만 자진 퇴사일 경우 회사가 낸 납부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포기했다”며 “이렇게 하는 동안 (가입한 지) 3년이 넘었는데도 연봉은 계속 동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원들의 장기근로를 유도한다는 취지로 내일채움공제를 도입했지만, 임금이 오르지 않는 기현상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 같은 현장의 부작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일채움공제 중도해지를 신청할 때 회사 측이 임금동결을 전제로 가입했다고 밝히면 회사가 낸 납부금을 받을 수 있겠지만 불이익을 우려해 대부분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당사자의 신고 없이는 적발조차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파악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내일채움공제 도입 이후 ‘기업의 부당한 임금 조정 및 불공정계약’을 이유로 중도해지된 건수는 지난 8월 기준 4건에 불과하다. 전체 해지 건수가 총 1만3,434건에 달하는 점을 볼 때 0.03%에 불과한 수치다. 불이익을 감수한 직원들이 신고를 꺼리다 보니 드러난 수치는 미약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같은 편·불법 사례가 많을 것이라는 게 중소기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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