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샘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최양하(70) 한샘 대표이사 회장은 현재의 한샘을 일군 장본인이다. 오너일가가 아닌 샐러리맨으로 25년 CEO를 지냈다. 국내 가구업계 ‘매출 2조 클럽 가입’이라는 극적인 한샘의 성과를 이끈 경영자다.
최 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중공업을 거쳐 1979년 한샘에 입사했다. 최 회장이 입사한 당시에는 우리나라 가정에 현대식 부엌이 거의 없었다. 개별 가구 판매가 일반화됐던 시장에서 한샘은 소파와 장, 테이블을 함께 파는 식의 판매 전략을 본격적으로 폈다. 부엌가구 사업 보급에 주력한 한샘은 1986년 이 부엌가구 업계 1위가 됐다.
특히 최 회장은 공정 혁신으로 부엌 사업 성공을 이끌었다. 1989년 최 회장은 건축과 중장비 설계 등 일부 분야에서만 사용하던 캐드 프로그램을 부엌 가구 설계에 도입했다. 수십년간 ‘모눈종이’에 연필로 설계도를 그리던 관행을 깼다.
입사 15년 만에 CEO에 오를 당시 그의 나이는 45세. 최 회장은 ‘가구가 아니라 공간을 판다’는 한샘의 경영 방향을 제시하면서 성장 전략을 폈다. CEO에 오른 지 3년 후인 1999년 한샘은 본사와 공장, 수백개의 유통 채널과 수천여명의 시공요원을 전산으로 통합 관리하는 전사적 자원관리 도입했다. 당시 가구업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3일 납기, 1일 시공’을 한샘은 가장 먼저 달성했다. 대형 매장 확대와 전국적인 유통망, 브랜드 인지도 제고, 영업력을 발판으로 한샘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한샘의 전성기는 2010년 들어서다. 최 회장이 CEO가 된 이후로 19 년만인 2013년 한샘은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한샘은 연 평균 20%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결과 2017년 매출 2조를 넘어섰다.
최 회장은 1973년 설립된 한샘에서 40년을 근무했다. 25년간 CEO 재직 기록은 국내 500대 기업 중 유일하다. 임기 25년만 놓고 보면 한샘의 매출은 15배, 영업이익은 14배, 시가총액은 50배 증가했다.
최 회장의 경영에도 굴곡이 있었다. 2014년 국내 가구업계에는 연 매출 50조원의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가 진출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국내 브랜드의 가장 큰 위기라고 평가했다. 비용 감축에 나서던 경쟁사와 달리 한샘은 영업과 시공 사원을 되레 늘리면서 기회로 삼았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어려운 시기에도 한샘은 성장을 지속했던 저력이 있다”며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우리는 성장한다”고 말했다.
한샘은 2017년 사내 성추문 사건과 중국 시장 진출 부진을 겪었다. 중국 사업은 당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이란 악재를 만났다.올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의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최 회장은 이런 경영어려움을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면서 돌파했다. 최 회장은 올해 2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인테리어사업인 ‘리하우스’로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한샘에서 40년을 근무한 비결에 대해 최 회장은 “직장은 내가 성공하는 발판을 만드는 곳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다녔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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