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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알리바바, AI산학협력에 兆단위 투자…韓은 걸음마 수준

[지금 대학은 AI인재 대란]

■교육개혁이 미래다

☞갈길 먼 '한국 AI생태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올해 가을학기에 인공지능(AI)대학인 슈워츠먼컴퓨팅칼리지를 개설했다. 머지않아 AI가 의료·제조·통신·교통·교육·금융·문화·농업·유통은 물론 국방, 삶의 질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MIT는 AI를 다양한 학문과 산업에 융합하기 위해 교수진의 절반을 컴퓨터공학 이외 연구자로 채웠다. 10억달러의 설립자금은 글로벌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그룹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3억5,000만달러)을 비롯해 대부분 민간 기부로 채웠다. 라파엘 리프 MIT 총장은 “생물학·화학·정치학·역사학 등 전공자가 컴퓨터를 잘 쓸 줄 아는 미래의 이중언어인(bilinguals of the future)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인은 AI 인력을 키우기 위해 대학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구글은 스탠퍼드대 등을 비롯해 세계 주요대학의 AI 연구·교육을 위해 지원하는데 지난 7월 서울대에도 최대 4억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알리바바는 2017년 10월부터 3년간 1,000억위안(약 17조원)을 투자하며 세계 주요 대학과 산학 협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물론 우리 기업들도 대학의 AI 인재 양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원산업이 최근 한양대에 30억원을 기부해 ‘한양AI솔루션센터’를 설립한 것을 비롯해 고(故)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이 기부한 500억원을 바탕으로 서울공대가 AI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서강대가 이번 학기부터 AI 과목을 운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미래의 이중언어인 키워내자”

글로벌 기업 대학에 통큰 투자

美·中 등도 교육에 재정 지원

“한국은 산학간 MOU단계 그쳐



정부가 테스트베드역 해줘야”

하지만 아직은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지능콘텐츠연구팀장은 “양해각서(MOU) 단계를 넘어 기업이 연구생들에게 학비를 지급하고 해외 학회에 보내주고 채용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대기업이 KAIST·고려대 등이 설립한 AI 대학원과 AI 벤처·스타트업에서 개발한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AI 벤처인 라온피플의 이석중 대표는 “정부와 대기업이 AI 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면 사회적으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대학의 AI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을 대폭 늘리고 대기업에도 AI 스타트업을 활발히 인수합병(M&A)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산학연 AI 혁신 생태계를 위해서는 빅데이터 활성화와 공유가 필수적이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미국과 중국이 ‘데이터 주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데 AI 패권주의를 주창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대학·연구소·벤처가 구하기 힘든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어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등 ‘데이터 3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부와 대기업 간에도 AI 육성 실험이 표류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 2016년 봄 ‘알파고 쇼크’ 이후 정부가 독촉해 대기업들이 출자한 ㈜인공지능연구원(AIRI)이 경영난으로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에서 분당 정자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삼성전자·LG전자·네이버·SK텔레콤·현대자동차 등이 30억원씩 출자했으나 기술노출을 우려해 추가 지원에 소극적이고 정부도 당시 자금지원을 약속했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들어 공수표에 그쳤다. 김진형 AIRI 전 원장은 “당초 3년 내 50명, 6년 내 200명의 우수 AI 연구원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정부 지원이 무산되고 대기업들도 관심이 시들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미국이 6월 국가 AI R&D 8대 전략을 내놓으며 AI 기술패권을 다시 강조한 것처럼 우리도 장기적으로 AI 투자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광본선임기자 김지영·손구민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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