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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반도체 베팅 "묻고 더블로 가!"

삼성전자, 4분기에만 12.2조 시설투자.. 올 분기별 평균 투자액 5.6조의 2배 이상

중국시안과 평택 공장도 내년 가동.. '규모의 경제' 노려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투자도 강화

현금성 자산만 105조원.. 투자여력 충분

삼성전자(005930)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경기악화 국면 속에서도 투자 규모를 유지하며 ‘초격차’ 전략에 힘을 준다. 1일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격적 경영 행보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진행된 3·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투자액은 29조원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며 사업별로는 반도체 23조3,000억원, 디스플레이 2조9,000억원 수준”이라며 “4·4분기 시설투자액 상당 부분은 메모리 인프라 관련 부문에 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연초부터 올 3·4분기까지 집행한 누적 투자액이 16조8,000억원이라는 점에서 올 4·4분기에만 12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올들어 분기별 평균 투자액이 5조 6,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4·4분기 투자 베팅액만 분기 평균의 두배가 넘는다.



주력인 반도체 부문 실적 악화 속에서도 투자 규모 확대라는 카드에 시장은 놀라는 분위기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 9월 D램(DDR4 8Gb 기준)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인 1개당 2.94달러로 폭락한 영향으로 3조5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인 13조6,500억원과 비교해 4분의 1 이하 수준이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78%에서 39%로 정확하게 반토막 났다. 10월 고정거래가격도 전달 대비 4.42% 하락한 2.81달러에 불과해 4분기에도 수익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은 공격적 투자는 향후 실적 관련 자신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 측은 “메모리의 경우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고객사 재고 확보로 전분기 대비 수요가 소폭 증가했다”며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는 30%초반 정도의 성장율을 기록했으며 평균판매단가(ASP)는 10% 후반대 정도의 하락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삼성 측의 발언을 종합하면 D램 가격 하락을 판매 물량 증가로 어느정도 메운 셈이다.

무엇보다 올해 비트그로스가 10% 중반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이 큰폭으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 측은 또 “D램 재고량이 전분기 대비 큰폭으로 감소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정상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낸드는 기존 전망대로 3분기에 정상화됐으며 4분기에는 데이터 센터 위주로 수요가 상승하며 낸드 가격이 반등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중국 시안2공장을 올해 말 완공해 내년 초부터 가동하고 평택2공장도 내년에 가동해 ‘규모의 경제’까지 갖춘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공장에서는 낸드플래시를, 평택2공장에서는 D램을 양산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삼성측은 “시장 상황을 보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시안과 평택 공장을 내년에 가동한다고 밝힌 것은 내년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그만큼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올 4·4분기에는 반도체 실적이 떨어지겠지만 결국 내년 삼성전자의 실적을 이끌어갈 것은 반도체”라고 밝혔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원가율이 좋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는 구조”라며 “현재 D램 재고량도 향후 서버 수요만 회복된다면 대부분 소진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이 ‘메모리 인프라’ 투자를 강조한 만큼 직접적인 장비 도입 보다는 반도체 공장 주위의 기본 시설 구축 및 클린룸 건설과 같은 부문에 투자를 집중할 가능성도 높다.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인프라 투자만 완료되면 공장 설비 도입 및 테스트 등은 수개월 내에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이 내년 투자계획에 대해 “시장 상황을 보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D램과 낸드 플래시 가격 상황에 따라 장비 도입 계획도 바꿀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측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 지배자 입지를 굳혀나갈 방침이다. 삼성전자 측은 “10나노급 D램 비중이 연말 70% 후반에서 80%에 이를 것이며 내년 상반기부터 1y나노가 주류가 될 것”이라며 “1z나노는 계획대로 양산 중이며 극자외선(EUV) 장비를 도입해 고객사 상황을 보며 안정적으로 생산량 증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하반기 인텔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아이스레이크’가 출시될 경우 지난 몇 년간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이끌었던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D램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이날 “중장기 수요를 위한 투자는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혀 내년에는 시스템반도체를 중심으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올 3·4분기 실적발표 직후 투자액을 기존 대비 50% 늘린 150억달러로 상향하겠다고 밝히는 등 경쟁사들의 공격적 투자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3·4분기 현금성 자산은 직전 분기(99조3,070억원) 대비 소폭 늘어난 104조9,892억원으로 여력도 충분하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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