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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강헌 대표이사 "101개 국적 1,370만 경기도민 위한 생활문화 인프라 다질 것"

경기상상캠퍼스 등 플랫폼 구축

시민예술학교 지원 사업도 적극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권욱기자




“경기도는 그냥 로컬(Local·지방)이 아니라 ‘글로벌 로컬’입니다. 경기도 거주민의 국적을 따져보니 101개국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더군요. 국제축구연맹(FIFA) 가입국 수가 209개인데 그 절반이나 되는 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경기도에 삽니다. 서울과 달리 경기도의 정체성이 복잡한 이유죠.”

취임 직후 직원들과 함께한 첫 공식 석상에서 강헌 대표이사의 일성은 “우리는 경기문화재단이다”였다. 경기도라는 지역 정체성을 기반으로, 문화에 중점을 두고 수익성이 아닌 공공성을 추구하는 조직이라는 것을 이름 그 자체로 새삼 강조했다. 문장은 짧았으나 일은 간단하지 않았다.

“경기도 인구는 1,370만명에 달합니다. 31개 시군 중에는 인구 100만명 이상의 수원·성남·고양·부천 같은 대도시 급이 있는가 하면 서울보다 더 넓은데 인구는 5만명도 안되는 연천군도 있죠. 많은 제약을 가진 북부 접경지대가 있고 가평처럼 태백산맥 지대에 있어 경기도보다 강원도 문화에 더 가까운 곳도 있습니다. 정체성이란 문화적 독립성에서 나오는데, 각 시군의 상황이 천차만별이니 각 지자체 주민의 자발성에 부응하는 문화정책도 요구되고 지역 특수성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경기도라는 광역단체의 큰 정체성을 찾는 임무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7년 경기문화재단이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문화재단으로 설립된 이래 20년 이상 정답을 못 찾고 있는 어려운 숙제다. 강 대표는 “외국도 마찬가지지만 수도의 문화 구심성이 커 모든 것이 서울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어 가는 실정”이라며 “로컬은 사실상 중앙의 불쏘시개로만 존재하는 문화적 불균형을 넘어서 진정한 대한민국이라는 다양성 문화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경기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경기도에서 보물급 이상의 문화재가 발굴되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져가는 등의 사례가 “문화의 중앙집중성”의 한 예다. 문화재 관련 법의 법령 자체가 그렇게 명시하고 있어 바꾸기가 쉽지 않다. 강 대표는 “수도 경(京) 자에 경계 기(畿) 자를 쓰는 경기도의 1,000년 된 이름부터가 수도를 감싸 지키는 숙명인가 보다”라며 “경기도의 문화적 정체성은 지난 1,000년의 역사 사슬을 깨뜨리는 것만큼이나 힘겹고 어려운 일이기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집무실에 놓인 지도를 짚으며 “고양·과천·의정부 등 서울과 닿은 12개 시군의 경제활동 인구 중 52%가 서울로 출근하는데 이들은 주소지가 경기도지만 심리적으로는 서울 문화권”이라며 “경기도에만 화가가 5만명이라는 추산치가 있다. 20년 전 부상한 인디·록밴드 뮤지션들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홍대 앞 등지에서 경기도로 밀려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회경제적 기반이 서울인 경기도민을 위한 문화정책으로 강 대표는 “생활문화 인프라 강화로 밑에서부터 기반을 다지는 방식을 통해 실제 경기도에 살고 있으면서 경기도에 대한 정체성을 자신의 문화적 행위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시민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통상 문화재단은 예술진흥, 예술가 지원이 고유한 목적사업이지만 최근 세계적 예술정책은 ‘모든 시민이 예술의 향유자이자 주체’라고 보는 ‘생활문화’가 강조되는 추세다.



경기문화재단 사무실이 들어선 경기상상캠퍼스도 그 같은 생활문화 플랫폼 중 하나다. 경기문화재단이 사용하는 건물은 ‘청년1981’ 건물 한 동으로, 나머지는 제작자·창작자 등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서 어떤 창작자·예술가가 나올지 어떤 새로운 한류가 시작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엘리트 육성, 스타시스템이 아닌지라 ‘티(주목도)’는 덜 나지만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 이뤄내야 할 과업입니다. 문화·경제·정치적으로 척박할수록 바닥에서부터 다지고 올라오는 문화가 더 의미심장합니다. 강한 자는 억누르고 약한 자를 부양시키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문화정책이죠. 강 대표는 베네수엘라 빈민층 아이들의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도 1975년에 설립돼 40년 이상이 지나 결실을 얻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음을 강조했다.

그가 이끄는 재단의 주력사업 중 하나는 ‘경기시민예술학교’다. 강 대표는 “공교육에서 예술교육이 추방되면서 중산층 이하 아이들은 평생 예술교육 한번 못 받아보게 됐다”면서 “그 아이들이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최소한의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 스스로 성장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세대·계층의 예술교육을 공공 영역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 대표는 취임 이후 경기 북부지역 문화거점 확대를 위해 기존 5명이던 북부 10개 지역 파견 직원을 40여명으로 늘렸다. 이들을 세종대에 6진 개척에 앞장선 장군에 빗대 ‘40명의 김종서’라 부르는 그는 “경기 서부지역이 부상 중이고, 동쪽과 북쪽은 황폐하다시피 한 상황이라 남부에서 만들어진 우리 노하우를 기반으로 문화혜택을 확대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관광객의 방문 희망 1순위인 비무장지대(DMZ)를 위한 거점 문화공간과 콘텐츠 개발도 주력하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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