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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베트남 자회사' 대수술한다

경영악화로 자본잠식에 구조조정

철근라인은 현지 철강사에 매각

H형강은 日업체 손잡고 합작사

'규모의 경제'로 판매 확대 전략





포스코가 심각한 경영악화로 자본잠식에 빠진 베트남 자회사 ‘SS VINA’의 구조조정 윤곽을 확정했다.

철근라인은 현지 기업에 매각하고 H형강라인은 일본 기업과 공동운영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지업체의 가격경쟁력에 밀린 철근 사업은 철수하는 대신 H형강 부문은 오히려 생산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뤄 현지는 물론 국내 판매량도 확대할 방침이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SS VINA의 철근 생산라인을 베트남 최대 철강회사 호아팟그룹에 넘기고 H형강 생산라인 지분 50%를 일본 야마토스틸에 매각해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린데다 가격 약세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택한 고육지책이다. 전중선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3·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포스코 SS VINA는 경영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구조로는 사업 지속이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아팟그룹은 올해 기준 철근 150만톤, 선재 50만톤, 열강압연강판 250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베트남 1위 철강 업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호아팟 실사단이 지난 9월 말 SS VINA의 철근 공장을 방문했다”며 “호아팟은 최근 철근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어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호아팟은 SS VINA의 철근라인을 인수할 경우 현재 연간 생산량의 30%가 넘는 50만톤가량의 생산량을 추가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H형강 생산라인은 포스코가 일본 야마토스틸에 자사 지분 50%를 매각해 합작법인을 출범시키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법인이 탄생하면 양사는 공동 설비투자를 통해 새로운 형강 규격을 개발하고 생산량을 늘려 가격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야마토스틸은 포스코와의 합작으로 SS VINA의 형강 생산량(70만톤) 절반에 대한 판매권을 확보해 한국 시장에 수출물량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측은 “현지 시장 상황과 조업상 이슈 등으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해 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제3의 파트너와 협의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검토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기가 어렵다”고 했다.

포스코 SS VINA는 2012년 설립 당시만 해도 베트남 철강 시장 개척과 동남아시장의 교두보로 주목을 받았다. 포스코는 당시 연산 100만톤 규모의 전기로 공장을 지으며 6억달러(약 7,100억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베트남 현지와 동남아시장에서의 수요가 예상보다 적었던데다 중국과 현지업체들의 값싼 제품에 밀려 고전해왔다. 실제 SS VINA는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15년 이후 누적적자는 2,968억원에 달한다. 결국 SS VINA는 지난해 말 기준 총 8,480억원의 부채를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한편 국내 H형강 철강업계는 포스코 SS VINA와 야마토스틸 간 합작법인 추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베트남산 저가물량이 국내로 대거 유입돼 시장을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산 H형강의 판매가격은 이달 1일 기준 톤당 75만원, 베트남산은 73만원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야마토스틸은 미국·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둔 계열사로부터 원재료인 철스크랩을 싸게 조달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 수출물량을 늘리면 국내 업체들이 당해낼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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