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내년부터 영업점 직원의 성과를 평가할 때 비대면 상품 판매 실적을 일체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상품도 디지털 채널로 유통되는 구조가 대세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지점에 비대면 상품 판매량을 할당하는 것은 구시대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카카오·네이버 등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을 갖춘 ‘테크 자이언트’들이 잇따라 금융산업에 진출함에 따라 은행도 기존의 관습을 깨고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연간 비대면 상품 판매 목표치 가운데 영업점에 부여하는 할당량을 현행 30%에서 0%로 아예 없앨 계획이다. 비대면 영업 목표는 100% 디지털 채널로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내년 영업직에 적용되는 핵심성과지표(KPI)에서도 비대면 상품 판매 비중을 없애는 방향으로 개편을 검토 중이다. KPI는 은행이 직원들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만드는 채점표로 은행의 영업 목표·전략 등에 따라 항목과 배점·비중 등이 바뀐다. 여전히 영업점 위주인 상품 판매·유통 구조와 이에 연동된 인력 관리 구조를 ‘디지털 중심’으로 바꾸는 게 시급하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작은 핀테크 업체뿐 아니라 덩치 큰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진출로 은행이 고객과의 접점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비대면 고객을 늘리기 위해 기존 영업점 직원들을 동원하는 게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라며 “KPI에서 비대면 고객 확보나 상품 판매 관련 실적을 완전히 없애려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또 디지털 부문만의 투자 대비 손익을 독립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재무관리 및 회계처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영업점과 디지털 채널 각각의 투자 대비 비용과 수익(Profit&Loss·PL)을 정확히 측정해야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금융 변화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우리은행은 이를 위해 내년에 회계법인과 협업해 PL 분리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영업점 운영은 고정성 비용이 많은 반면 비대면 마케팅은 변동비의 비중이 더 높아 더 효율적”이라며 “은행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전통적인 인사·재무·인력관리 등 내부적인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해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디지털금융그룹장으로 영입하고 디지털그룹을 ‘은행 안의 은행(BIB)’ 체제로 전환해 독립적인 인력·예산·사업 운영 권한을 내줬다. 손 회장은 디지털그룹에 중장기 목표로 “영업점에 의존하지 않고도 수익을 이끌어내는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조직모델을 구축하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디지털그룹의 독립적인 PL 구축도 손 회장이 디지털그룹을 BIB 조직으로 개편하면서 제시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은 경영진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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