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7년 보험회사의 설계사에 대한 ‘갑질’을 막기 위해 도입한 금융감독원의 ‘표준 위촉계약서 모범규준’이 설계사의 권리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12년 만에 개정된다. 신용카드·대출모집인 등 금융권 ‘특수형태고용자(이하 특고)’의 관련 규준 역시 손질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소 40만여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들은 관리사의 갑질 및 부당 해촉 등의 문제를 호소해왔는데, 처우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권 특고 불공정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금융위는 “7월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특고 불공정관행 개선을 연내 완료하기로 함에 따라 보험설계사, 카드·대출모집인, 채권추심인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발주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고는 자영업자의 성격이 강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면이 있다”며 “이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한 사안을 주제별로 정리한 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개별 인터뷰를 통해 개선 사안을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계획된 연구기간은 이달 29일까지이며 금융연구원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연내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안이 나올 수 있다.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모범규준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고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 고용보험·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공약으로 걸었지만 국회에서 법 개정 사안이므로 금융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범규준부터 손대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노동3권, 사회보험 의무화의 경우 국회 입법 사안이기 때문에 직종별 위촉 모범규준 등을 수정해 특고의 노동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계사 모범규준의 경우 금감원이 2007년 마련한 ‘보험설계사 표준위촉계약서’를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보험사와 설계사 간 공정한 계약을 위해 도입됐지만 지난 12년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노동계 추산에 따르면 특고는 최소 250만명이며 이 중 보험설계사가 70%(175만명)를 차지한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추산한 특고는 50만명, 보험설계사는 41만명이다. 또 신용카드 모집인은 여신금융협회의 ‘신용카드 모집인 운영규약’, 대출모집인은 금융감독원의 ‘대출모집인 제도 모범규준’ 등을 적용받고 있는데 이 역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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