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로부터 대규모 보조금 지원을 받고 있는 BOE마저 액정표시장치(LCD) 판가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로 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디스플레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으며 외형확대를 계속 추진하고 있어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4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BOE는 3·4분기에 영업손실 5억8,837만위안(약 970억원)을 기록했다고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BOE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6년 2·4분기 이후 13분기 만에 처음이다. BOE의 실적이 이처럼 악화한 것은 LCD 패널 가격 하락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10월 55인치 LCD TV 패널의 장당 평균 가격은 98달러로 전달보다 6% 하락해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1년 전 장당 154달러와 비교하면 36.4%나 떨어진 가격이다. 중국 업체들이 LCD 물량공세로 시장점유율을 높였지만 판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면서 제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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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의 적자를 냈다고 해도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이 변하지 않는 만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가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BOE와 CSOT 등이 최근 실적 악화로 일부 생산라인에서 감산에 돌입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BOE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3·4분기에 매출액 306억8,300만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어 개별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LG디스플레이(034220)의 한 관계자는 “워낙 공급 과잉이 심한 상태기 때문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실적 악화와 감산이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별 기업의 실적보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더 중요한데 아직은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공세라는 큰 틀은 변하지 않겠지만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가격 하락폭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실제 IHS마킷도 최근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LCD 구조조정과 중국 업체들의 감산 등으로 내년 상반기에 LCD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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