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통계청과 기재부는 최근 발표한 ‘8월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와 관련해 3·6월에 병행조사를 추가 실시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고용부와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고용 예상기간에 대한 항목을 추가한 병행조사를 통해 “35만~50만의 숨겨진 비정규직을 새롭게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0월 말 브리핑 일정을 조율하면서 뒤늦게 고용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며 “담당 부서는 물론 장차관조차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자리 주무부처인 고용부가 시계열 단절이 발생한 이번 비정규직 기간제 조사방식 변경 과정에서 ‘패싱’을 당하면서 정책대응의 적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통계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지만 통계의 작성·이용·개선 등을 심의하는 국가통계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들어 한 차례도 출석회의를 열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 경질과 강신욱 통계청장 임명, 가계동향조사 방식 개편 등 각종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논의할 국가통계위원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통계위원회 출석회의는 각각 6회와 2회 개최됐다. 이에 대해 기재부 측은 “주로 서면 방식으로 위원회가 열렸는데 대면 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고 싶은 통계만 정책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추락한 국가 통계의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황 전 청장 경질 당시 소득분배 결과가 나쁘게 나타나자 정부는 ‘표본’의 문제로 몰고 갔는데 1년 5개월 만에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국민들이 어떻게 국가 통계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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