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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에 불리하면 "통계 오류"...정부 스스로 신뢰 깎아먹어

[통계의 정치화 논란]

비정규직 수 놓고 부처간 딴소리

통계청장 코드인사 논란 와중에

경기저점 판단기준 석달이나 늦춰

"통계청 또 靑 눈치보나" 비판도





강신욱 통계청장이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어느 정권이든 입맛에 맞게 통계를 해석하려는 유혹은 있어왔다. 진보·보수 할 것 없이 객관적 숫자가 갖는 힘은 크기 때문이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유독 통계 왜곡과 이에 따른 신뢰도 추락 논란이 잦아지고 있다. 통계 전문가들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 실패의 부작용을 조사방식이나 표본 특성 같은 통계적 이유를 들어 변명하려다 보니 나타난 필연적 결과”라고 분석했다.

◇비정규직 놓고 부처 간 딴소리…“통계 신뢰도 저하”=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2019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조사방식 변경 효과(50만명)를 제거하면 정규직은 전년 대비 15만명 증가했고 비정규직은 36만명 늘었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3·6월에 고용예상 기간을 추가로 묻는 병행조사를 통해 기간제 근로자로 새롭게 잡힌 인원을 35만~50만명으로 추산했다. 종전에는 ‘고용계약 기간을 정했느냐’는 질문을 던진 다음 ‘정하지 않았다’고 말한 응답자는 모두 기간제 외 근로자로 분류했다.

하지만 병행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수 인원이 ‘정하지 않았다’에서 ‘기간을 정했다’로 답을 바꾸면서 기간제가 불가피하게 늘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통계청은 또 지난해 수치와 단순 비교하면 비정규직이 86만명 증가했으나 조사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에 증감 비교는 불가능해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용부 측은 “조사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며 통계청의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 부처가 통계청의 조사방식 문제를 직접 들고 나오면서 국가 통계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현 정권은 선의의 정책을 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면서 “그 원인을 통계적 방식에서 찾으려다 보니 지금과 같은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장 경질하고 코드 인사’…논란 자초=“제가 (윗선의) 말을 잘 들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8월 전격 경질된 황수경 전 통계청장은 이임식에서 뼈 있는 말을 남겼다. 통계청 안팎에서는 청장 경질 배경으로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를 주목했다. 지난 2017년을 마지막으로 폐기할 예정이던 통계지만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효과를 알기 위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여권의 주장에 부활한 통계다.



그러나 2018년 1·4분기에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소득 양극화 정도가 사상 최악으로 나왔다.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 감소폭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컸고 그 결과 5분위(상위 20%)와의 격차도 5.95배로 최악을 기록했다. 당시 청와대는 해당 통계가 부활하면서 표본 내 저소득·고령가구 비중이 크게 늘었고 이 때문에 시계열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을 황 전 청장을 비롯한 통계청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며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국회에 나와 “표본 오류로 분배 격차가 확대됐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황 전 청장 편에 섰다.

강신욱 현 청장은 황 전 청장의 후임이다. 강 청장은 황 전 청장 경질로까지 이어진 2018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청와대 측의 해명 논리를 적극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이던 강 청장이 당시 홍장표 경제수석의 호출로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발언의 토대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강 청장은 취임하면서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고 해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경기 정점 판단도 당초보다 3개월 늦춰=경기 정점을 판단하는 기준순환일 설정 시점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통계청은 9월 국가통계위원회 경제통계분과위원회를 열어 2017년 9월을 ‘경기 정점’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애초 이보다 앞선 6월 논의에서 최종 판단할 예정이었지만 3개월 늦춰졌다. 이를 두고 “경기 하강기에 경기를 더욱 냉각시키는 정책을 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통계청이 정부 눈치를 보고 설정 시점을 늦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세종=한재영·나윤석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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