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 수입·유통회사가 손해를 감수하며 일부 편의점의 납품가를 평균 30% 낮췄다. 올 7월부터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 운동으로 편의점주들의 일본 맥주 발주가 사실상 ‘0’에 수렴하자 거래처를 유지하기 위해 납품가를 낮추는 고육지책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사히’, ‘삿포로’, ‘에비스’ 등 일본 맥주 25종은 세븐일레븐에 공급하는 납품가를 평균 30% 낮췄다. 롯데아사히주류는 한 때 1위 수입맥주 브랜드로 호령했던 아사히를 포함해 일본 수입 맥주의 납품가를 지난 1일부터 인하했다. 삿포로와 에비스를 유통하는 엠즈베버리지도 이미 납품가를 조정한 일부 편의점 외에 다른 곳과도 같은 내용으로 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롯데아사히와 엠즈베버리지 측이 공급가를 인하해준 것이 맞다”면서 “납품가 인하에 맞춰 본사 차원의 할인 행사는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가격은 인하되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원가 부담이 낮아진 만큼 가맹점 자체적으로 할인 판매를 진행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불매운동의 여파가 남아 있는 현 사회 분위기상 점주들이 할인 행사를 열지는 미지수다.
일본 맥주는 불매운동의 대표적인 표적이 되면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10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일본 맥주는 지난 8월 기준 13위로 떨어졌다. 최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9월 품목별 무역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일본 맥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9% 줄어든 58만 8,000엔(약 630만원)에 불과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이번 납품가 인하는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맥주 수입회사가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기존에 가맹점에서 발주했던 일본 맥주 재고는 사실상 모두 처분된 상태이기 때문에 인하된 매가로 파는 것은 제조사의 재고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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