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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부진에 드러난 제조업 민낯…철강 매출증가율 ¼ 토막

[무너지는 제조업]

무역전쟁에 수출 직격탄…전자·통신장비 17%P 뚝

부동산규제發 미분양 늘며 건설업 실적도 곤두박질

기업들 성장·수익성 악화…'한계' 전락 위험성 커져





글로벌 저성장 기조 속에 국제 시장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요 증가도 둔화해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 등 경영실적이 계속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부진이 지속돼 제조업에는 빨간불이 켜졌고 부동산 규제 속에 미분양이 늘며 건설업은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업 수익성이 뒷걸음질치면서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수출 부진 직격탄=한국은행이 5일 공개한 ‘2018년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부문 중 반도체와 휴대폰·디스플레이가 포함되는 전자·영상·통신장비 부문의 매출 증가세가 지난해 큰 폭으로 둔화했다. 2017년 20.4%였던 해당 부문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3.4%로 추락했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첨단제품 수출이 줄면서 국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대(對)중국 수출이 줄어든 탓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국제 교역시장에서 2017년에 매우 좋은 흐름을 보이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 좋아졌다”며 “반도체를 중간재로 하는 해외 기업들의 수요가 얼마나 살아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이 포함되는 1차 금속 부문의 매출액 증가율도 3.5%로 전년(14.9%)에 비하면 4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중국 수출이 부진할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이 자체 철강 생산을 늘려가면서 국내 철강 기업의 경쟁력 및 수출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분업체계에서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의 기술발전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며 “주로 중간재를 수출해온 만큼 각종 자재의 국산화를 위한 기술 투자가 기업 성장성 회복에 중요한 키”라고 말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감당 못하는 기업 증가세=기업들의 경영환경 악화와 성장세 둔화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의 구간별 업체 수 비중에서 뚜렷이 확인됐다.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하는지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낸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기업은 지난해 전체 기업 중 35.2%로 집계돼 3곳 중 1곳 이상이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했다. 한은은 올해 이 같은 기업의 비중이 더 늘어 전체의 37.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자보상비율이 0%가 되지 않아 적자를 보는 기업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6년 27.0%였던 이자보상비율 0% 미만 기업은 2017년 27.6%로 늘더니 지난해는 29.5%로 나타나 30%에 육박했다. 전체 기업 이자보상비율의 중위값도 지난해 260.2%로 전년(323.5%) 대비 2년 연속 하락했다. 한은은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면서 이자보상비율도 계속 낮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6%로 전년(6.1%) 대비 하락했다. 한은은 “석유화학 업종의 정제 마진 하락, 자동차 업종 국제경쟁 심화, 경쟁 심화에 따른 도소매업 유통 마진 감소 등이 두루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올해 기업 경영환경 전망도 부정적=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해도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악화하는 추세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10대 그룹의 3·4분기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난 상태다. 에프엔가이드 발표를 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영업실적이 크게 하락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92.7% 감소했으며 특히 LG디스플레이는 4,3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제철의 영업이익 감소 폭은 66.6%로 SK하이닉스의 뒤를 이었고 SK이노베이션(60.5%), 삼성전자(55.7%) 순이었다.

다만 지난해 국내 제조업의 경영실적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미국 기업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일본 기업의 실적보다는 양호했다. 제조업 부문의 매출액증가율을 보면 한국은 4.0%, 미국은 6.8%, 일본은 2.0%였고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한국이 7.3%, 미국이 8.3%, 일본이 4.6%였다.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도 한국이 73.6%로 가장 양호했다. 미국은 141.1%, 일본은 100.3%였다.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은 일본이 1,335.5%로 가장 양호했고 한국은 848.3%, 미국은 392.3%로 3국 중 가장 낮았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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