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본격 개화를 앞두고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내년부터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는 한편 유럽에서 순수전기차 신제품이 출시되는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올해 25조원 규모에서 2023년 95조8,000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아직 적자 상태인 LG화학·삼성SDI(006400)·SK이노베이션(096770)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내년에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①독일, 전기차에 보조금 최대 655만원 지원
올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역성장하자 배터리 업체들은 내년 유럽의 전기차 시대 개막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내년 중순 출시되는 폭스바겐의 순수전기차 ‘ID.3’ 판매량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해당 모델의 배터리 대부분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젤에서 전기차로 변화하는 독일 자동차 산업은 배터리 업체에는 중국에 이어 열리는 새로운 시장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2020년부터 5년간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늘려 보급률을 높이겠다는 독일 정부의 정책은 국내 배터리 업체에 호재로 평가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친환경 차량 도입 가속화를 위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에 대한 보조금 규모를 현행 3,000유로에서 4,500유로로, 4만유로 이상의 차량에 대한 보조금을 최대 5,000유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4일(현지시간) 폭스바겐 ‘ID.3’ 공장을 방문해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100만개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독일의 전기차 판매 지원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②中 전기차 보조금 내년부터 폐지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업체를 육성하기 위해 지원하던 전기차 보조금을 내년부터 폐지한다는 점도 국내 배터리 업체에는 기회 요인이다. 이미 단계적으로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의 폐업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중국 내 3위 배터리 업체였던 옵티멈나노에너지가 유동성 위기로 생산을 중단했고 난징인롱뉴에너지는 생산설비를 압류당한 바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된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중국 내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며 ‘보조금 폐지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LG화학이 지난해 약 2조원을 투자해 32GWh 규모로 증설한 난징2공장은 올 연말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SDI도 지난해 11월 시안 배터리 2공장을 착공했고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초 7.5GWh 규모 중국 공장의 상업 생산을 앞두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배터리 보조금을 폐지하더라도 전기차 업체들이 자국 배터리 탑재를 고집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현지 기업들과 조인트벤처(JV) 설립을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③美, 화웨이처럼 中 CATL 제재할까
중국 정부가 자국에서 판매되는 유럽 차에 대해 중국 CATL 배터리 사용을 강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등이 CATL에 대한 제재를 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CATL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벤치마킹해 급성장했지만 화웨이와 달리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며 “미국과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이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기업이 배터리 사업을 했다면 중국 정부가 이렇게 몽니를 부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현지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에 관심을 두고 있고 CATL의 독주가 눈에 띄는 만큼 칼을 빼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미국이 CATL의 불공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화웨이처럼 직접 제재를 하지는 않더라도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제소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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