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이행 수준을 감축하는 4단계 조처를 발표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생방송 연설을 통해 “내일부터 4단계 조처로 포르도 농축시설(FFEP)의 원심분리기에 우라늄 기체(육불화우라늄·UF6)를 주입하라고 원자력청에 지시했다”라며 “미국의 핵합의 탈퇴, 유럽의 미준수에 대응해 핵합의 이행 수준을 낮추는 4단계 조처다”라고 밝혔다.
육불화우라늄 주입 뒤 농축 활동을 재개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핵합의에 따르면 포르도 농축시설에서는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없다. 핵합의에서 허용한 우라늄 농축시설은 나탄즈로 제한됐다.
포르도 농축시설은 핵합의에 따라 원심분리기 초기 모델인 IR-1 1,044기만 남겨 국제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핵물리학 연구소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들 원심분리기에는 우라늄 농축의 원료가 되는 육불화우라늄 기체를 주입하면 안 되고 2031년까지 농축 관련 활동, 연구·개발도 금지했다. 이 시설의 모든 활동은 핵합의 서명국이 구성한 공동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포르도 농축시설은 이란 중부 산악지대의 지하에 있다. 2015년 이란과 서방의 핵협상 때 이 시설의 용도 변경과 사찰을 놓고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기도 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포르도의 모든 활동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아래 이뤄질 것”이라며 “유럽이 핵합의를 제대로 지키면 언제라도 이행 감축 조처를 되돌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핵합의에 서명한 유럽 측(영·프·독)과 핵합의 준수와 관련해 계속 협상하겠다면서 그 결과에 따라 60일 뒤 5단계 조처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은 고성능 원심분리기인 IR-6 60기에 우라늄 기체를 주입해 가동 중이며 이로써 우라늄 농축량이 하루 5㎏으로 2개월 전보다 10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된 5월 8일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1단계 조처로 농축 우라늄(우라늄 동위원소 기준 202.8㎏, 육불화 우라늄 기준 300㎏)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넘기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행했다.
1단계 조처 이후 60일이 지난 7월 7일에는 2단계 조처로 우라늄을 농도 상한(3.67%) 이상으로 농축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튿날 4.5%까지 농축도를 올렸다.
IAEA는 8월 30일 낸 보고서에서 이란의 농축 우라늄 저장량이 241.6㎏(육불화 우라늄 환산 357.4㎏)으로 한도량을 약 39㎏ 초과했고 농도는 4.5%로 유지했다는 분기 보고서를 냈다.
이란이 현재 보유한 농축 우라늄은 500㎏(육불화 우라늄 기준)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이란은 9월 6일 핵합의에서 제한한 원심분리기 관련 연구개발 조항을 지키지 않는 3단계 조처를 개시하면서 60일 뒤에도 유럽이 핵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4단계 감축 조처를 이행한다고 예고했다.
60일 간격으로 핵합의 이행수준을 감축한 데 대해 마무드 바에지 이란 대통령 비서실장은 4일 “이란은 여전히 핵합의 안에 있고 여기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아직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란 정부의 조처를 종합하면 핵무기 개발의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우라늄 농축 농도는 5% 미만의 산업용 수준으로 지키면서 우라늄 농축성능을 증강하는 방향으로 유럽의 핵합의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은 핵합의의 제한을 벗어난 4단계에 걸친 핵활동에 대해 상대방이 핵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이에 상응하게 이행 수준을 감축해도 된다는 핵합의 조항(26조, 36조)에 근거했다고 주장한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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