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국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났습니다. 8월 중 정말 더운 날이었죠.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을 4바퀴 걸으신 것 같았어요. 거의 7km죠. 법 통과를 위해 어느 의원들을 꼭 만나야하는지 말씀드렸습니다. 밤 11시쯤 다시 전화로 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난 8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개인 간 거래(P2P) 금융법이 통과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세”라고 외쳤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들려준 P2P 금융법 뒷얘기다. 스타트업을 위해 박용만 회장은 백방으로 뛰었고, 박영선 장관은 국무위원인 동시에 4선 의원으로서 법 통과를 도왔다.
박영선 장관과 박용만 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 치킨집에 스타트업 대표들을 초청해 맥주잔을 부딪쳤다. 지난달 31일 P2P 금융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박용만 회장님 업어드릴게요”라고 감격해하던 김성준 렌딧 대표 등 7명의 ‘청년 대표’가 한 자리에 마주했다.
이날 박 장관과 박 회장의 호프 미팅은 두 수장의 걸어온 길을 봐도 주목할만하다. 박 장관은 의원 시절 재벌개혁을 외쳤고 최근 박 회장은 “경제, 버려진 자식이 됐다”며 어려운 경제상황과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하지만 경제계와 경제부처를 대표하는 두 ‘수장’은 예정된 호프 미팅 1시간을 넘길 정도로 화기애애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박 회장은 취재를 위해 동석한 기자들에게 “맥주를 즐겁게 마시자”며 “신나게 건배하자. 새로운 사업의 미래를 위해”라고 건배사를 외쳤다. 박 회장이 “기자단 송년회를 이 곳에서 하는 게 어떠냐”고 박 장관에 제안하자 “좋은 생각”이라고 박 장관이 화답했다. 치킨집은 박 회장의 단골집이다.
국회의원에게 법을 설득하는 일은 지난한 일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란 신분도 이 ‘벽’ 앞에서는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회에서 이런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 장관은 박 회장에게 “너무 고생하셨다”고 거듭 치켜세웠다.
박 장관은 박 회장과 스타트업 대표에게 “(장관 취임 이후) 7개월 동안 겁난다”고도 말했다. 기자들이 이 발언의 의미를 묻자 “처음 중기부 와서 전담팀을 만들고 우리 부처가 가야 할 방향이 AI(인공지능) 접목이라고 했다”며 “AI 시대는 낮설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기부가 AI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이 시대에 우리가 진입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장관은 “우리가 앞서가려고, 대비하려고 했던 모든 정책이 돌아가고, 해야될 게 너무 많다”며 “그래서 겁이 난다”고 웃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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