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애경그룹 컨소시엄의 인수금융단으로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전에 뛰어든다. 현대산업개발도 최근 이사회를 열고 본입찰 참여 결론을 내리는 등 각 인수 후보들이 본입찰을 앞두고 진용을 완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일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애경-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은 최근 한국증권을 인수금융 기관으로 선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증권은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구주 31.05% 뿐만 아니라 최소 8,000억원 수준인 신주 발행에도 인수금융을 제공할 예정이다.
본입찰을 코 앞에 두고 애경 컨소시엄이 한국증권을 포함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은 그동안 힘을 쏟았던 재무적 투자자(FI)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경은 지난달 국내 사모펀드(PEF)인 스톤브릿지캐피탈을 FI로 유치한 바 있다. 문제는 스톤브릿지의 경우 신주 발행이 쓸 블라인드 펀드가 없다는 것. 스톤브릿지가 4,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예상 인수가격이 최소 1조3,0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인수주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AK홀딩스(006840)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2,019억원(상반기말 기준)에 불과하다.
FI 유치 대신 인수금융을 택한 것은 그만큼 애경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애경 컨소시엄은 자금동원력에서 HDC현대산업개발(294870)-미래에셋그룹 컨소시엄에 밀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통상 인수금융의 담보인정비율(LTV)은 50~60%가량. 단순셈법으로 애경그룹이 자체적으로 5,000억원을 마련할 경우 1조원을 쏟아부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자본확충을 위한 신주 발행에서도 빚을 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애경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현대산업개발도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미래에셋대우증권도 아시아나항공 신주 발행에 자기자본투자(PI)를 단행하기로 하고 일찌감치 준비를 해왔다. 현대산업개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1,773억원에 달하고,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자기자본만 8조원이 넘는 국내 1위 IB다.
사모펀드(PEF)로만 꾸려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도 최근 전략적 투자자(SI)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매각 주관사이지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본입찰에 참여할 적격 인수후보에게 SI를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바 있다. 다만 KCGI 측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SI의 정체를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SI의 정체에 따라 KCGI 컨소시엄이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인수후보들이 완주 의지를 보이면서 각종 우발채무 등이 불거지면서 거론됐던 매각 무산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아시아나항공은 매각을 공식화한 이후 △1조원 규모의 ‘크로스 디폴트(cross default) 조항’ 포함 리스부채 △LSG스카이셰프코리아 282억원 손해배상 소송 △루프트한자 LSG스카이셰프코리아 풋옵션 행사 가능성 △게이트고메코리아(GGK) 기내식 대금 137억원 중재 소송 △GGK 계약관련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행위 과징금 등의 우발채무가 새롭게 드러난 바 있다. 또 막대한 부실에도 주가가 액면가를 웃돌면서 내부수익률(IRR)을 맞춰야하는 FI가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건은 가격이지만 유효 경쟁만 된다면 이번 본입찰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어떤 후보가 인수를 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이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의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고 평가했다. /김상훈·조윤희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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