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야 빨간색 부품 올려줘” 현대중공업(009540) 직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형 협동로봇이 바구니에서 해당 부품을 꺼내 컨베이어 벨트에 올렸다. “멈춰”라는 말에는 즉각 로봇이 동작을 중단했고, 사람이 특정한 동작을 가르쳐준 뒤 “기억해”라고 말하자 그 움직임을 그대로 반복해 보여줬다. 협동로봇이 KT의 인공지능(AI) ‘기가지니’를 만나 더 똑똑해진 셈이다.
KT와 현대중공업그룹은 7일 서울 동대문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5G 기반 사업협력 성과 발표회’를 개최하고 공동으로 개발한 로봇과 시스템을 시연했다. 이 자리에는 황창규 KT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 오성목 KT 네트워크 부문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등 양사 최고위급이 총출동해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양사는 이날 선보인 AI 음성인식 협동로봇에 지능형 영상분석 기술을 결합한 신개념 AI 로봇을 만들기로 하고 투자와 기술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협동로봇은 사람 옆에서 보조 작업을 맡아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클라우드 기반의 로봇 관리 시스템에도 관심이 쏠렸다. 현대중공업 그룹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로봇 관리 시스템 ‘HRMS’를 KT 클라우드에 구현한 것으로 별도의 하드웨어 구축 없이 언제 어디서든 관제할 수 있다. 제조업 분야에 특화된 KT의 원격 관제 플랫폼 ‘팩토리메이커스’는 다양한 설비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솔루션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유한 협동 로봇 외에도 산업용 로봇까지 시스템을 연계할 수 있다.
AI 호텔에 적용돼 투숙객에게 각종 물품을 자동으로 배달해주는 신형 어메니티 로봇도 공개됐다. 기존 KT AI 호텔 로봇에 자율주행기술을 보강하고 현대중공업그룹의 모바일 로봇 제작 기술을 더해 성능을 한 차원 높였다고 KT는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용량 3차원(3D)도면의 빠른 다운로드가 가능한 5G 키오스크와 목에 거는 360도 촬영 카메라 ‘웨어러블 넥밴드’를 활용한 구조 조치, 크레인 간 충돌방지를 위한 고화질 크레인 폐회로(CC)TV 등 5G 기술을 실제 적용한 사례도 영상으로 소개했다.
이번 성과 발표회는 양사가 지난 5월 체결한 업무협약(MOU) 이후 6개월 간 5G 스마트팩토리와 스마트조선소 사업 추진 성과를 점검하고, 사업 고도화를 위한 내년 계획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양사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유한 로봇 개발과 선박 건조 기술에 KT의 5G 네트워크, 빅데이터, AI 기술을 결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제조업을 혁신할 여러 기술을 개발 중이다. KT는 ‘네트워크 지름길’로 불리는 5G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 기술을 바탕으로 현대중공업그룹에 특화된 클라우드를 제공할 예정이다. 초저지연의 데이터 처리와 보안·안정성 확보가 기대된다.
황 회장은 “스마트 팩토리는 5G 기업간거래(B2B)의 핵심 모델”이라며 “협업으로 양사가 한 몸처럼 움직여 대한민국 제조업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이번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 제조업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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