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성수동은 4개 지구가 공동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성수동1가(1·2지구)는 상한제에 묶였고 2가(3·4지구)는 빠졌습니다. 같은 사업구역인데 한쪽은 묶이고 바로 옆 지구는 제외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정비사업 관계자)
정부가 1차로 서울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형평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성수동처럼 1·2가에서 4개 구역이 동시에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 한 예다. 또 정비사업 물량이 많지만 규제를 비켜간 곳이 있는가 하면 사업이 가시화되지 않은 곳이 선정되면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7일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상한제 지역 지정은 정부가 동 단위로 세부 통계를 제대로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핀셋 지정을 추진하다 보니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상한제 지역을 발표하면서 서울 강북 상당수 지역과 지방의 경우 동 단위 통계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시인했다. 보유한 동 단위 통계도 표본이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다.
국토부의 상한제 지정 요건을 보면 2017년 8·2대책 이후 집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을 넘어서거나 최근 1년간 분양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넘어선 지역이다. 또 일반분양 물량이 1,000가구를 넘거나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이 있는 단지라는 단서 조항도 달았다. 문제는 이 같은 통계 수치들이 동 단위가 아닌 구 단위로 작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동 단위 데이터가 부실한 상황에서 핀셋 지정을 추진하다 보니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자의적 기준은 아니며 추가 지정을 통해 형평성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생활권이 비슷하거나 연담화한 지역에 동 단위 규제가 시행되면서 분양가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는 형평성 논란을 더 크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시장불안땐 2·3차 지정한다면서 ‘洞별 데이터’ 언급 없어>
핀셋지정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자 국토교통부는 7일 보도설명 자료를 내고 이번에 제외된 곳은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에 지정이 안 된 곳은 시장 불안 우려가 있을 경우 신속히 추가 지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2·3차로 지정하면 문제가 안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핀셋지정 형평성 논란의 근본 원인인 ‘동별 데이터’ 확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투기과열지구 전 지역에 대한 동별 데이터 지수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이 없는 상황에서 추가로 상한제 지역을 지정할 경우 그때마다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1차 지정에서 구 단위로 이뤄진 수치에서 동을 추출하기 때문에 각종 오류가 발생했다. 성수동 외에 한남 일대 재개발단지 역시 마찬가지다. 한남 재개발단지는 5개 구역으로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에 걸쳐 있다. 하지만 이번에 한남·보광동만 상한제 적용지역에 지정됐다.
정비 물량이 사실상 없는 데 포함된 지역도 있다. 마포구 아현동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이미 대부분 재건축이 상당수 완료돼 일반 분양 물량이 미미하다. 반면 인근 서대문구 북아현동은 재개발이 예정돼 있지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같은 정비사업 초기 단계인데도 희비가 엇갈렸다. 압구정과 마천동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됐다. 압구정은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구역이 한 곳에 불과하고 마천동은 마천1·3·4구역이 모두 조합설립 단계다. 반면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양천구 목동 일대 재건축 단지는 제외됐다. 재건축이 한창인 과천과 올 들어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대전이 제외된 것도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란을 최소화하려면 동별 지수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처음부터 동네별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많은 방식이었다”며 “동별 지정을 하려면 동별 지수화 작업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현재 통계를 보유한 구별 지정을 해야 형평성 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