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작업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목동 빗물펌프장 수몰 사고를 수사한 경찰이 공사 관계자와 담당 공무원 등 8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폭우가 예상됐는데도 사전 예방조치를 하지 않아 벌어진 ‘인재(人災)’로 결론을 내렸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서울시 직원 1명, 양천구 직원 1명,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 2명, 감리단 관계자 2명, 협력업체 관계자 2명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8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한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중 책임이 무거운 서울시 직원, 감리단 1명, 시공사 1명, 협력업체 1명 등 총 4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유족과 합의된 점 등을 고려해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신청 단계에서 기각했다.
이 사고는 7월31일 목동의 빗물 배수시설 공사장 지하 40m 수로에서 현장 작업자 3명이 쏟아져 들어온 빗물에 휩쓸리며 발생했다. 쏟아지는 빗물에 수문이 자동으로 개방돼 벌어진 사고였다. 폭우가 예보됐지만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일상 점검을 위해 지하로 내려갔고 시공업체 직원 1명은 이들에게 위험을 알리러 내려갔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수사 전담팀을 편성한 후 총 38명을 조사한 끝에 인재라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전날 폭우 예고가 있었음에도 관계자들이 기상 상황을 확인하지 않고 작업자들을 투입한 것을 사고 원인으로 봤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현장에서 공사 매뉴얼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로 안에서 작업할 때 무선통신을 위한 이동식 중계기를 둬야 하지만 사고 당일에는 없었다. 시공사와 감리단이 시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사고 발생 전 치워 버린 것이다. 경찰은 “무선 중계기는 2013년 7월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이후 마련된 경보시설 설치 기준에 따라 지하 터널 등에 설치돼야 한다”며 “작업 중이면 간이 중계기라도 설치를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또 시설관리 주체인 양천구는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점, 발주청인 서울시는 현장 감리 부실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울시에 안전관리 대책 이행을 권고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도 대규모 공사현장 등은 발주청이 직접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책임감리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요청할 방침이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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