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일단 그룹의 가장 큰 축이었던 항공 등이 빠지며 규모가 대폭 줄어들 뿐 아니라 사업 부문도 재편돼 재계 순위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며 8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추정된다. 매각 이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자녀들 역시 거취를 정해야 한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박 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가닥을 잡은 만큼 매각 이후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7일 금호산업(002990)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순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다음달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연내 매각 성사를 목표로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대폭 줄어든다. 현재 그룹의 자산 규모는 11조4,000억원.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은 6조9,250억원으로 그룹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자회사까지 일괄 매각될 경우 그룹의 자산은 3조원대로 줄어든다. 그룹의 자산이 절반 이상 줄어들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10조원)과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5조원)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준대기업집단에서도 제외된다. 사업적인 부분에서는 금호그룹 이름도 바꿔야 한다. 건설회사인 금호산업과 운수 업체인 금호고속 정도만 남는다.
재계에서는 박 전 회장 오너 일가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 박세창 아시아나IDT(267850) 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박 사장은 이전에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매각대금을 차입금 상환을 비롯한 그룹의 중장기 미래를 위해 사용할 것”이라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등 그룹 재건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과 그의 동생인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가 어느 계열사로 옮기냐에 따라 그룹의 경영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정위가 아시아나의 기내식 공급 문제와 관련해 박 전 회장과 전현직 경영인을 고발함에 따라 박 사장과 박 상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틀어질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매각이 유찰돼 채권단 주도로 딜이 재개될 경우 박 전 회장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맺은 약정에 따라 금호산업·금호고속 등 금호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넘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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